[美-이란 전쟁]
최고지도자 유력 모즈타바는 누구
하메네이 ‘문고리 권력’ 정책에 입김… 反정부 시위 때마다 유혈진압 주도
140조 추산 국영기업 운영에도 관여… 부자 세습 반발에 ‘순교자 가족’ 부각
2019년 ‘예루살렘의 날’에 참석한 모즈타바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유력시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운데 안경 쓴 사람)가 2019년 5월 31일 이슬람 성월인 라마단의 마지막 금요일이자, 이란 전역에서 반이스라엘 집회를 개최하는 ‘쿠드스(이란어로 예루살렘)의 날’에 수도 테헤란의 거리를 걷고 있다. 그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이다. 테헤란=AP 뉴시스
“이슬람 시아파에서는 전통적으로 ‘순교 서사’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이란 권력층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순교자로 각인돼 있을 가능성이 높고, 그의 아들 역시 차기 지도자로 주목받기에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의 차남 모즈타바(57)가 유력하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가 3일(현지 시간) 나온 가운데, 이란 전문가인 구기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교수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현재 이란 권력층과 보수층에게는 순교자의 가족이란 점이 크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하메네이가 자연사했다면 모즈타바 대신 다른 이가 후계자로 뽑힐 가능성이 크지만 이슬람 보수 세력이 ‘순교자’로 추앙하는 공습 희생자의 가족이라는 배경과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막후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는 점에서 그가 최고지도자에 오르기 용이한 상황이 조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의 4남 2녀 중 차남이며 부친과 마찬가지로 성직자다. 1989년부터 37년간 장기 집권한 부친의 ‘문고리 권력(gatekeeper)’ 노릇을 하며 은밀하지만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 왔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하메네이는 생전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회의를 할 때도 모즈타바에게 회의 주재를 맡겼다.
특히 모즈타바는 ‘정부 위의 정부’로 불리는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즈 민병대의 실질적 지도자로 각종 반(反)정부 시위의 유혈 진압을 주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그가 최종적으로 권력을 잡으면 부친 못지않게 강경한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 ‘칼’과 ‘돈’을 쥔 ‘하메네이 문지기’
모즈타바는 바시즈 민병대, 비밀 국영기업 세타드, 국영방송 IRIB 등의 운영을 좌지우지하며 ‘칼’ ‘돈’ ‘언론’을 모두 움켜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1969년 부친의 고향 겸 수도 테헤란에 이은 이란 제2 도시 마슈하드에서 태어났다. 당시 하메네이는 친(親)미국 성향의 팔레비 왕조에 반기를 들고 투옥과 구금을 반복했다. 이런 아버지를 보며 모즈타바 또한 강한 반미 성향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군주제가 무너지자 하메네이는 대통령, 최고지도자 등으로 승승장구했다. 모즈타바 또한 테헤란의 정치-종교 엘리트 양성기관 ‘알라비’, 쿰 신학교 등에서 교육받았다. 1987∼1988년에는 이란-이라크 전쟁에도 참전했다. 특히 그는 이 시기에 하메네이의 최측근이었던 호세인 타예브 전 혁명수비대 정보국장, 반체제 인사에 대한 감시·탄압을 담당했던 메디 타예브 등과 돈독한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가 국내외에 알려진 계기는 2009년 대선. 반미 성향이 강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은 이 대선에서 부정선거로 재선에 성공했다는 의혹에 직면했다. 이란 전역에서 이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다. 모즈타바는 바시즈 민병대를 통해 주도적으로 시위를 유혈 진압했다. 이 민병대는 2022년 9월 ‘히잡 의문사’ 반대 시위, 지난해 12월 28일부터 경제난에 반발한 반정부 시위의 유혈 진압에도 투입됐다.
세타드 또한 그의 산하에 있다. 세타드는 이슬람 혁명 이후 몰수된 팔레비 왕조와 귀족들의 재산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됐다. 하메네이의 집권 이후 이들 일가의 자금줄이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로이터통신은 세타드의 자산 규모를 약 950억 달러(약 140조 원)로 추산했다. 지난해 말 반정부 시위 발발 이후 하메네이 일가가 이미 일부 자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 ‘순교자 가족’ 이미지 부각될 듯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헌법에 따라 88명의 고위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에서 선출된다. 이슬람 혁명을 성공시킨 초대 최고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가 1989년 6월 3일 숨지자 하루 뒤 전문가 회의가 소집됐다. 이때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다만 모즈타바가 정식으로 최고지도자에 오를 경우 국내외의 강한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람 혁명의 목표는 ‘군주제 타도’였는데, 신정일치 체제에서 권력을 사실상 세습하는 행위는 이 혁명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메네이 또한 2024년 “모즈바타를 후계자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번 공습이 워낙 이례적이었고 하메네이 일가의 희생 또한 컸던 건 모즈타바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배경으로 여겨진다. 이번 공습으로 모즈타바는 부친, 모친 만수레 코자스테 바게르자데, 부인 자흐라 아델, 아들 한 명을 잃었다. 모즈타바의 여자 형제와 그 남편, 그들의 자녀 1명 또한 숨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3일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장소인 중부 종교도시 쿰의 전문가 회의 청사를 공습했다. 이란의 빠른 권력 승계를 저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공습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이날 회의는 화상으로 진행됐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4일 소셜미디어 X에 “미국, 자유 세계, 역내 국가들을 위협하고 이란 국민을 억압하는 지도자는 명백한 제거 대상”이라며 공습을 지속할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4일 이란 국영방송에 따르면 이란 당국은 전례 없는 인파로 인해 이날 예정됐던 하메네이의 장례식을 연기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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