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나로호 3차 발사 ‘입장차’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5일 0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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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측 "합의했다" 발표에 러측은 "합의한 바 없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5일 "한국과 러시아 양측이 나로호 3차 발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힌 가운데 흐루니체프사가 "나로호 3차 발사는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혀 나로호 3차 발사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우주발사체 나로호 1단을 제작한 러시아 흐루니체프사는 16일 자사 홈페이지에 9~12일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제3차 한·러 공동조사위원회(FRB·Failure Review Board) 결과를 공지하며 "나로호의 추락 원인을 규명할 추가 실험을 실시하기로 했을 뿐 3차 발사 가능성은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교과부의 입장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흐루니체프사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발사체연구본부장은 25일 "제3차 FRB에서 나로호 3차 발사를 추진키로 합의한 것이 맞다"면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회의록에 흐루니체프사 측 대표의 서명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교과부 김영식 과학기술정책실장은 "흐루니체프사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내리도록 연락을 취했다"면서 "의혹이 계속되면 회의록을 공개하고 싶지만 우주기술보호협정 때문에 공개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밝혔다.

교과부는 FRB에서 2차 발사 실패를 공식적으로 확인한 만큼 한·러 기술협력계약에 따라 책임소재와 관계없이 한국 측이 3차 발사를 요구할 수 있고 러시아 측은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흐루니체프사가 3차 발사 여부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밝힌 데 대해 나로호 2차발사조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나로호 2차 발사의 실패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에 나로호 3차 발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에 흐루니체프사 측이 자극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이번 논란이 나로호 3차 발사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본부장은 "9년간 러시아와 협업하며 지켜본 상황에서 흐루니체프사가 3차 발사를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나로호 2차 발사 책임이 러시아 측에 전가될까봐 염려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항우연은 9월 초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며, 흐루니체프사는 이 실험에 참가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 측은 "이 같은 논란과 관계없이 기술적인 준비를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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