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탈레반, 서방 의료진 8명 사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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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활동 벌인 스파이” 주장… NYT “최악의 구호단체 학살”

아프가니스탄 북부 지역에서 미국과 영국, 독일 국적 의료진 8명과 현지 도우미 2명이 탈레반으로 추정되는 무장괴한들에게 총살당하는 참변이 벌어졌다.

아프간 바다흐샨 주 경찰은 7일(현지 시간) “힌두쿠시 산맥의 샤룬 계곡 숲 속에서 6일 총에 맞은 시신 10구를 발견했다”며 “구체적인 신원과 사건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발표했다. 외신에 따르면 희생자들은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국제원조선교단(IAM)’ 등에 소속된 연합 봉사단체 의료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크 프랜스 IAM 대표도 “3주 전 떠난 우리 회원들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봉사대는 모두 12명으로 미국인 6명(남성 5, 여성 1)과 영국인 1명, 독일인 1명(모두 여성) 등 의료진과 아프간 도우미 4명으로 구성됐다. 사건 당시 이들은 누리스탄 주의 초청을 받아 산간지역에서 안과 진료를 펼친 뒤 복귀하던 길이었다. 누리스탄 주 내에선 부족의 경호를 받았으나 바다흐샨 주부턴 단독으로 이동하다 습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BBC방송은 “인적이 드문 지역이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아프간 운전기사의 신고로 곧장 시신을 찾았다”고 전했다. 운전기사는 “습격한 무장괴한이 봉사대를 일렬로 세워 놓고 차례로 총을 쐈다”며 “자신은 코란을 암송하자 살려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아프간 생존자 1명은 도망쳐 자취를 감춘 상태다.

사건 초기 경찰은 물건들이 모두 없어진 점 등을 들어 현지 강도를 의심하기도 했으나, 탈레반 측이 자신들의 소행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자비울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그들은 의료진을 가장해 선교 활동을 벌인 스파이”라며 “첩자들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죽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프랜스 IAM 대표는 봉사단 리더인 톰 리틀 박사를 예로 들며 “40년 가까이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펼친 사람이 스파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아프간전쟁 발발 이후 탈레반이 벌인 최악의 민간구호단체 학살”이라고 지적했다. 2004년 국경없는의사회 5명 피살, 2008년 국제구호위원회 4명 총격 때보다 희생자가 훨씬 많다. 게다가 △비교적 안전지대로 파악됐던 바다흐샨 주에서 발생했으며 △그간 탈레반도 웬만하면 의료봉사대는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충격을 뛰어넘는 긴급사태”라고 분석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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