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과학자는 CIA 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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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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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실종 전부터 비밀 활동”영웅 칭송 이란도 의심 눈초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실종된 지 1년여 만인 15일 고국 땅을 밟은 이란 핵물리학자 샤흐람 아미리(32·사진)는 이란의 영웅인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정보원인가.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CIA에 의한 납치 및 고문설을 제기하는 그를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지만 실은 실종되기 몇 년 전부터 CIA를 위해 활동해온 비밀정보원이었다고 복수의 정보 당국자들을 인용해 15일 보도했다.

ABC방송도 CIA는 이란 정부가 아미리의 간첩행위를 눈치 채고 그를 처형할 것을 우려해 2008년 초부터 이란을 떠나도록 아미리에게 압력을 가해왔다고 전했다. 스스로 탈출하겠다고 버티던 아미리는 결국 CIA의 도움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를 가장한 해외 탈출에 성공했다는 것. 또 아미리는 미국에 도착한 뒤 이란 핵프로그램에 관련된 중요 정보를 제공한 대가로 500만 달러(약 60억 원)을 받았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아미리는 이란에 머물고 있던 2007년 당시 이란 핵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미국에 제공해 그해 발표된 미국의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반영됐다. 방사능물질 측정 전문가인 아미리는 이란의 핵무기 제조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으나 CIA는 그를 통해 더 중요한 인물들과 접촉할 계획이었다. 아미리가 몸담았던 테헤란 말렉 아시타르대는 이란제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탄두를 연구하는 위장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진정한 애국자’라고 칭송하던 이란 정부도 아미리를 의심하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마누체르 모타키 이란 외교장관은 15일 “우리는 우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조사한 뒤 아미리가 영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것”이라며 “납치설의 진위도 확인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정보 당국자는 “아미리는 살아남기 위해 납치 및 고문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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