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유로 부채에 두손… 그리스 ‘IMF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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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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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450억 유로 구제금융 요청
큰손 독일의 저항이 걸림돌

그리스 정부가 23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공식 요청한 것은 이제는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렵다는 현실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리스 정부는 EU와 IMF가 차관형식의 구제금융을 약속한 뒤에도 22일까지 긴축정책과 국채판매를 통한 자금 조달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하루 만에 바뀌었다.

그리스는 치솟는 차입금리 압박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10년 국채의 이자율은 9% 가까이 치솟았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는 급격히 치솟은 차입비용이 EU가 제한하는 규모의 4배 이상에 이르는 그리스 재정적자의 감축 노력을 실행하기에 지탱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는 22일 그리스의 지난해 재정적자가 당초 그리스 정부가 추정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9%보다 높은 13.6%라고 발표했다. 그러자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즉각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한 단계 내렸다. 다음 달 19일 만기가 돌아오는 100억 유로의 국가부채를 갚을 수 있을지조차 확실치 않아 채무불이행(디폴트)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결국 구제금융 요청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AP통신을 비롯한 외신은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그리스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파판드레우 총리는 ‘그리스의 국가부도가 언제 날지를 놓고 시장이 내기를 하고 있다. 더는 이런 고통을 극복해 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EU와 IMF가 얼마나 빨리, 그리고 충분히 지원을 해줄지 하는 것이다. 적어도 다음 달 19일 전까지 최소 100억 유로가 그리스 정부의 손에 쥐여져야 한다. 정확한 구제금융 규모와 시기는 현재 아테네에서 진행 중인 그리스 정부와 IMF, 유럽중앙은행(ECB), EU 집행위원회 협상에 따라 최종 결정된다. EU 집행위원회와 ECB가 자금 지원에 합의하고 그리스를 제외한 유로존 15개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구제금융이 시작된다.

열쇠를 쥔 나라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EU의 16개국)이 지원할 300억 유로 가운데 30% 이상을 지원해야 하는 독일. 독일 정부는 ‘국민 세금으로 다른 나라를 지원하는 건 부당하다’는 국내 여론을 부담스러워한다. 구제금융 지원안이 독일의회를 통과해야 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날 “그리스와 IMF가 진행하는 협상이 끝나고 구제 방안에 대한 엄격한 전제조건이 만들어진 뒤에야 지원자금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제금융에 단서조항으로 제시될 추가적 긴축정책도 넘어야 할 난관이다. 22일 또다시 대규모 총파업에 직면했던 그리스 정부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대중의 불안을 악화시킬 또 다른 긴축정책이 그리스를 옭아맬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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