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軍 英고속보트 비밀리 입수…美 “어뢰 달면 가공할 위력”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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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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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바다 저편에서 시속 172km의 작은 고속정 무리가 접근해 온다. 북한 반잠수정처럼 레이더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 길이 15.5m에 불과한 모터보트다. 순간 양편에 장착한 어뢰가 발사된다. 소설 같은 얘기지만 미국 군 당국은 꼭 그렇게만 보지 않는 것 같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영국 고속보트 ‘브래드스톤 챌린저’(사진)를 비밀리에 입수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 군 당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챌린저호는 영국 ICE머린사가 2004년 고급 레저용 모터보트로 제작했다. 미 해군과 선박 납품계약을 맺은 나바텍사도 참여했다. 챌린저는 2005년 영국 해안선 1만2429km를 27시간 10분 만에 평균시속 99km로 일주해 이 부문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ICE머린사가 ‘특별함을 원하는 분을 위한 최고의 장난감’이라고 광고를 낸 챌린저에 이란 정부가 눈독을 들였고, 이를 알게 된 미국 영국 정보당국은 비상을 걸었다. 이란이나 미국 영국 모두 이 보트를 군용으로 전환했을 때 보여줄 가공할 위력을 주목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2006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어뢰로 알려진 러시아제 시크발(돌풍처럼 빠르다는 뜻·시속 370km)을 만들었다. 이란은 스웨덴 또는 중국, 북한제 보트에 시크발 어뢰와 로켓포, 대함미사일을 장착해 운용하는 것으로 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걸프해에서 각국 유조선을 경비하는 미 군함을 보트들이 떼를 지어 공격하는 전술을 위해서라고 한다. 만약 여기에 챌린저가 더해진다면 이란 보트공격부대는 날개를 단 격이 되는 셈이다.

이란의 챌린저 첫 번째 구입 시도는 영국 무역산업부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월 챌린저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항에서 이란 상선에 실려 걸프해로 수송된다는 정보를 미국 정부가 입수했다. 미 정부가 선적을 막아달라고 남아공 당국에 요청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후 미군 특수부대가 공해상에서 챌린저를 낚아채려는 작전이 추진됐지만 작전개시 직전 취소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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