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역외 헤지펀드 규제 추진… 美 “보호무역 촉발 우려” 경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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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헤지펀드 규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이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유럽연합(EU)에 EU 헤지펀드 규제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본격화됐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가이트너 장관은 미셸 바르니에 금융서비스 담당 집행위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EU의 헤지펀드 규제 움직임이 미국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항의했다. 또 그 시도가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U가 추진하는 헤지펀드 규제안에는 EU 외부의 펀드가 역내에 투자하려고 할 경우 해당 지역의 금융기관을 통해야만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투자 시 각 EU 회원국의 허가를 개별적으로 받아야 하고 펀드운용의 세부 내용과 전략 등도 공개해야 한다.

가이트너 장관의 문제 제기에 대해 EU는 즉각 반발했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의 대변인은 이날 “헤지펀드 규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이 모여 논의했던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으며 해외 투자자들을 차별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규제안은 헤지펀드 운용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20개국(G20)이 내놓은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 등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몰린 회원국을 지원해야 하는 EU 입장에서 투기를 일삼는 헤지펀드는 강력히 단속해야 할 골칫거리다. EU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1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규제 초안을 놓고 투표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등 유럽 정상들은 이날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관련된 투기 제한을 촉구하며 관련 논의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유럽 금융의 중심지인 영국은 강화된 규제가 자국의 금융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유럽 헤지펀드의 70%는 런던에 근거를 두고 활동 중이다. 한 외교 관계자는 AFP통신에 “영국이 규제안의 유럽의회 인준 과정 등에서 내용을 완화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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