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의 악몽’은 시작됐다

  • Array
  • 입력 2010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내일 폐막 앞두고 벌써부터 ‘10억달러 빚’ 걱정
예산삭감-신용등급 하락 등 ‘축제의 그늘’ 예고

화려한 올림픽 축제의 이면에는 10억 달러짜리 ‘숙취(宿醉)’가 도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5일 겨울올림픽 개최지 캐나다 밴쿠버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28일(현지시간) 폐막이 다가오면서 엄청난 규모의 빚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물론 올림픽 개최는 국가이미지는 물론이고 해당 도시를 단숨에 국제도시로 변모시키는 등 단순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무형의 경제효과가 있지만 밴쿠버의 경우 액면에서 나타나는 적자가 워낙 크다는 것.

밴쿠버 올림픽은 준비 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이미 8220만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월스트리트에서 시작해 전 세계를 위기로 몰아넣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는 노텔네트웍스, 제너럴모터스 등 겨울올림픽 주요 스폰서들을 파산으로 몰고 갔다. 알파인 스키 경기가 열리는 휘슬러 블랙콤 리조트 역시 대회가 끝나면 경매로 팔려나갈 처지다. 끊이지 않는 테러의 위협으로 보안과 치안 등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당초 추산금액인 1억65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은 10억 달러에 이르렀다.

올림픽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은 여전히 이번 올림픽이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투입한 4억2300만 달러의 비상자금이 포함된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밴쿠버 시가 포함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 주민들은 벌써부터 교육과 보건의료, 예술분야 지원 등에서 예산 삭감을 경험하고 있다.

올림픽선수촌도 골칫거리다. 이 지역 부동산개발회사들은 올림픽 개최 전에 밴쿠버가 시유지를 제공하면 여기에 선수촌을 건립한 뒤 올림픽이 끝남과 동시에 호화 아파트로 개조해 이 분양대금으로 시유지 제공을 보상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사업이 잘될 경우 밴쿠버는 화려하게 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 뿐 아니라 경기가 끝난 뒤에도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택경기가 급전직하하면서 이 같은 계획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올림픽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그레거 로버트슨 시장은 선수촌을 완공하기 위해 4억3400만 달러에 이르는 특별대출을 받아야 했다. 결국 시는 개발비용으로 10억 달러나 되는 부담을 감수해야 했고 신용등급도 떨어졌다.

겨울올림픽 개최도시들은 준비상황과 세계경제의 부침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뉴욕 주 시골마을인 레이크플래시드는 1932년과 1980년 두 번의 겨울올림픽 개최로 부자도시로 탈바꿈한 사례. 반면 일본 나가노는 190억 달러를 투자해 올림픽을 치렀지만 곧바로 불경기의 수렁에 빠졌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