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방중 끝나자마자… 날세운 美-中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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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중, 방위산업 해킹 개입… 무역 불균형으로 흑자” 포문
中 “미, 냉전적 사고… 위안화 절상 세계경제에 악재” 역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양국 간에 잠재된 논쟁과 갈등이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미국 공화 민주 양당 의원 12명으로 구성된 ‘미중 경제 안보 검토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을 떠난 다음 날인 19일 발표한 367쪽짜리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 정부와 방위산업 컴퓨터 망에 대한 침투 활동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의 군사 경제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비밀을 훔치고 있다”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보고서는 “지난해 미 국방부 홈페이지에 대한 해커 등의 적대적 활동은 5만4640건으로 전년에 비해 20%가량 늘었으며 많은 상세한 증거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개입이 있었음을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국의 잘못된 위안화 정책 및 무역 관행들 때문에 중국에 거대한 무역흑자가 발생했으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배경에는 이 같은 무역 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 출범한 위원회는 행정부 관리들의 의회 증언 등을 토대로 미중 관계 및 주요 현안의 미국에 대한 국가 안보적 의미를 평가한다.

이에 대해 왕바오둥(王寶東) 주미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보고서 내용은 터무니없다”며 “특히 해군력 강화가 미 태평양 해군에 도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아무런 근거가 없고, 무책임하며 냉전적 환상에 빠져 있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중국외교학원 국제문제연구소 왕판(王帆) 소장도 “미국 일부 세력은 툭하면 중국의 산업스파이 활동을 비난하며 중국을 악마화해 강경 정책을 쓰려 한다”고 비난했다. 화중커지(華中科技)대 관리학원 주쉐중(朱雪忠)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부상을 환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부상에 질투와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홍콩 원후이(文匯)보가 21일 보도했다.

상하이(上海) 퉁지(同濟)대 경제및관리학원 스젠쉰(石建勛) 교수는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지만 위안화가 절상되면 세계 경제 회복에도 해롭다”고 역공을 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 성과에 대해 미국 등 서방 언론이 “중국에 할 말을 하지 못했다”며 부정적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존 헌츠먼 주중 미국대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균형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헌츠먼 대사는 “청정에너지, 군사 교류, 핵무기 확산 저지 등 많은 분야에서 양국은 큰 진전을 이뤘다”고 강조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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