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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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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실시 예정인 일본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자민당이 지난달 27일과 31일 각각 선거 공약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두 당의 한반도 관련 정책이 주목을 끌고 있다. 두 당의 선거 공약은 총선 이후 출범할 새 정부의 공식적인 한반도 정책으로 채택될 것이기 때문에 향후 양국 간 관계를 점쳐볼 수도 있다. 보수층에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자민당은 보수적인 당색에 맞게 대북 및 납치 피해자 문제에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야스쿠니(靖國)신사에 대한 총리나 각료의 공식 참배를 거부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독도에 대한 자국 영유권 주장 등 영토 문제는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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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관계
자민당과 민주당 모두 한일관계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양당의 공약 내용을 분석해 보면 민주당이 자민당보다 한국과의 관계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민주당은 ‘아시아 관계’라는 항목에서 “중국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과 신뢰관계 구축에 전력을 다한다”고 명시해놓고 있다. 이어 ‘한일관계’라는 별도의 항목에서는 “한국은 6자회담 당사국이기도 하므로 양호한 한일관계 재구축이 북한에 의한 납치 및 핵, 미사일 문제 해결은 물론이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자민당은 외교 분야의 ‘적극적인 외교 전개’라는 항목에서 “우리나라(일본)의 종합적인 외교력을 한층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 한국 등 근린 제국과의 관계를 증진시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과 번영을 함께 추구해 나간다”는 종전의 자세를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 대북정책
대북정책에 관해서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자민당이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자민당은 “북한 문제는 납치, 핵, 미사일 문제의 포괄적 해결이 기본”이라며 “납치 문제의 진전이 없으면 북한에 대한 경제 지원은 일절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또 “국가 위신을 걸고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 피해자의 전원 귀국을 실현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핵개발 및 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수출금지 등 대북 제재 조치를 지속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근거한 행동을 미국 한국 등 관계국과 일치해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민당은 지난달 21일 중의원 해산으로 법 제정이 무산된 북한 선박에 대한 자위대의 화물검사를 가능하게 하는 법안에 대해서도 “차기 국회에서 제정한다”고 명시했다.
민주당도 “북한의 반복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일본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명백한 위협이므로 결코 용인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대북 정책에 대해서는 자민당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민주당은 “북한이 대량살상무기와 미사일의 개발 보유 배치를 포기하도록 국제사회와 협력하되 유엔 안보리 결의에 근거해 북한 선박에 대한 화물검사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독도 문제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에는 두 당 모두 큰 차이가 없다. 양측 모두 평화적 해결이란 원칙을 내걸고 협상을 통한 해결을 내세운 점도 비슷한 대목. 다만 표현 수위는 좀 차이가 있다. 자민당은 “일본 고유의 영토임에도 현재 불법 점거돼 있는 북방영토(러시아와의 영토분쟁 대상)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앞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끈질기고 강력하게 협상을 벌인다”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영토문제 해결은 곤란함을 동반하는 동시에 해결에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다”고 전제한 후 “일본이 영토주권을 갖고 있는 북방영토, 다케시마 문제를 조기에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끈기 있게 대화를 거듭한다”고 명기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한일 양국의 반복적인 외교 마찰을 불러온 총리 및 각료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 “A급 전범이 합사돼 있어 공식 참배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새로운 국립추도시설을 설치할 뜻을 밝혔다. 또 재일교포 등 영주 외국인의 지방참정권을 조기에 실현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공약집에서 거듭 확인했다.
한편 자민당은 “자위대의 국제평화 협력 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급유지원특별조치법 등 관련 법안을 묶어 일반법인 국제협력기본법(가칭)으로 제정한다”고 밝혀 향후 국제 분쟁지역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더블딥 피하려면…” 세계경제 빅3 소비살리기 안간힘▼
《‘터널은 빠져나오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 세계적으로 경기회복 기대감은 높지만 경기침체 후폭풍은 여전하다. 경기 불씨를 살리기 위해 주요국이 천문학적인 나랏돈을 퍼부으면서 나라 살림살이에는 주름이 깊게 새겨 있다. 높은 실업률도 불황 탈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 중국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가계 안정과 소비 진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물건값 낮추고
반값 캔맥주… 車통행료 할인…
굳게 닫힌 소비자 지갑 열기
한 해에 두세 차례 일본을 방문하는 황모 씨 부부는 1일 평소 자주 찾던 라면집의 메뉴를 보고 깜짝 놀랐다. 평소 한 그릇에 790엔이던 ‘미소라멘(라면)’이 200엔으로 4분의 1 값이었다. 라면 양은 줄었지만 튀김만두 4개를 덤으로 줬다. 황 씨는 “일본의 소비 불황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유통체인점과 음식점 등 소매·서비스업체들이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대대적인 가격 인하 공세에 나섰다. 일본의 대형유통체인점인 다이에는 최근 1개에 79엔짜리 캔맥주(350mL) 자체(PB)상품을 선보였다. 지난달 말 경쟁사가 100엔짜리 PB상품을 내놓은 데 대한 반격으로 가격을 절반 가까이 떨어뜨린 것이다. 일본맥도널드는 점심메뉴로 최대 160엔을 할인해 주는 서비스를 최근 발표했다. 세이유백화점은 42인치 액정TV를 9만9900엔에 내놓는 등 100여 개 품목의 가격을 10∼40%가량 낮췄다. 자동차 통행료도 바겐세일 대상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1일부터 지바(千葉) 현과 도쿄를 이어주는 ‘도쿄 만 아쿠아라인’의 통행료를 3000엔에서 800엔으로 내렸다. 앞서 주말 고속도로 통행료도 주행거리에 관계없이 1000엔으로 낮췄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환영할 소식이 잇따르지만 정작 일본에는 우울한 경제 전망 일색이다. 일본 총무성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6월 전국소비자물가지수(2005년=100 기준)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7% 하락한 100.3으로 2개월 연속 과거 최대 하락폭을 나타냈다. 기업들이 가격을 아무리 낮춰도 물건이 팔리지 않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국면에 빠진 것이다. 실업률도 5.4%(6월)로 사상 최악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미국 구매력 높이고
중고차 현금보상 예산 추가
실업수당 지급 연장도 추진
미국에서는 높은 실업률이 소비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여기에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정부의 실업수당 지급기한이 속속 만료되면서 실업자 수백만 명이 최소한의 생계 수단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4명의 아이를 둔 케이티 닉슨 씨(39)는 2007년 6월 실직 이후 받아온 매주 313달러의 실업수당을 이제 받을 수 없게 됐다. 그녀는 “아직 일자리는 못 구했고 빚은 쌓여만 가는데 사실상 유일한 소득인 이 수당마저 끊기면 우리는 길거리로 나앉을 처지”라고 말했다. 2일 미 전국고용법프로젝트(NELP)에 따르면 닉슨 씨처럼 실업수당 수령기간이 끝나는 실직자는 올해 말까지 15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위기의 특수사정을 감안해 수당 지급기간을 최장 79주까지 늘렸지만 여전히 짧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현재 9.5%인 미국의 평균 실업률은 조만간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미시간 주의 경우 실업률은 이미 15.2%에 이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기간의 실업수당 수령 기간에도 재취업에 성공하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원 ‘가계수입 지원 및 안정위원회’의 짐 맥더못 위원장은 뉴욕타임스에 “실업률이 9%를 넘어가는 주에서는 실업수당 지급을 13주 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9월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 하원은 지난달 31일 소비를 살리기 위해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에 20억 달러의 예산을 추가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316 대 109표로 통과시켰다. 현재 운전하는 차를 처분하고 연비가 나은 새 차를 사면 최고 4500달러까지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것이다. 하원에 이어 상원도 이번 주 초 이를 위한 예산 확대 방안을 표결에 부친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중국 나랏돈 퍼붓고
가전하향 등 내수진작 올인
재정적자 1조 위안 넘을 듯
중국은 적극적인 내수 확대정책을 펴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중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처음으로 1조 위안(약 18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무원 산하 국가발전개혁위의 류궈옌(劉國艶) 재정금융연구실 부주임은 “올해 중국의 재정적자는 약 1조1000억 위안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5%를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국제기준상 위험경계선인 3%를 넘는 것이다. 올해 예상 재정적자는 지난해 1800억 위안의 5배가 넘고 과거 최고치였던 2003년 3198억 위안의 3.4배 수준이다.
이 같은 대규모 재정적자는 중국 정부가 농촌지역에서 일정 가격대 이하의 가전제품을 살 때 구매금액의 13%를 보조해 주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을 통해 예산을 많이 푼 데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투자 등 적극적인 내수확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류 부주임은 “미국 12.9%, 일본 9.4%, 영국 9.6% 등 많은 국가의 재정적자 폭이 크게 늘어났다”며 “중국이 3%를 넘어도 재정이 불건전하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