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실수!” 美핵보고서 인터넷에 유출

  • 입력 2009년 6월 4일 02시 59분


미국 정부가 민간 핵시설 수백 곳에 관한 상세한 비밀정보를 담고 있는 내부 보고서를 스스로 인터넷에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핵무기 연료 저장 위치가 정확하게 표시된 지도 등 민감한 정보가 다수 포함된 이 보고서는 정부 사이트에 먼저 게재된 뒤 1일 한 안보전문가가 운영하는 전자회보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미 정부는 2일 밤에야 기밀 내용을 자체 사이트에서 삭제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하지만 블로그 등을 통해 이미 널리 전파된 상태다.

267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규정에 따라 미국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정식 보고할 예정이었다. 보고서는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각 쪽 윗부분마다 ‘매우 민감한 내용’이라는 문구를 대문자로 표시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보고서에는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사용되는 농축우라늄과 기타 재료가 보관된 위치가 표시돼 있는 등 민감한 내용이 많다. 그러나 정식 기밀 보고서로 분류되지 않아 일부 핵 전문가는 보고서 노출에 따른 위험이 적을 것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핵 전문가들은 이 보고서가 외부로 공개됨으로써 농축우라늄 등 핵 물질을 강탈할 기회를 노리는 테러리스트들을 이롭게 했다고 지적했다. 유엔 핵 사찰관을 지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씨는 “집 안에 금고가 어디에 있는지 도둑이 알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전문가 스티븐 애프터굿 씨도 “미국 핵 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원 스톱(one-stop) 쇼핑’할 수 있는 보고서”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5일 하원 외교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이 정보는 외부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며 특별히 비공개를 주문했었다고 NYT는 덧붙였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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