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日 유명 레스토랑 총지배인 귀농…‘新농업’ 대박

  • 입력 2009년 5월 14일 02시 57분


“성공비결은 농사30% 서비스 70%”

佛요리에 쓰일 채소 재배
유명 레스토랑 독점 납품
年소득 일반 농가의 10배

마쓰키 가즈히로(松木一浩·47) 씨는 일본 시즈오카(靜岡) 현 후지 산 자락의 시골마을에 사는 농민이다. 그는 미슐랭가이드가 별점 3개를 준 도쿄의 프랑스 레스토랑 총지배인으로 일하다 2000년 농사를 짓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소박한 농민으로 살겠다’는 꿈을 안고 시골로 내려온 마쓰키 씨가 지난해 유기농 야채를 판매해 번 돈은 4600만 엔(약 5억8420만 원). 올해 매출액은 1억 엔(12억7000만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은 규모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17년간 일하며 손에 흙 한번 묻혀본 적 없는 그가 농사를 시작한 지 10년도 안 돼 일본 채소농가 평균소득의 10배 이상을 벌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신호는 서비스 개념을 접목한 경영혁신에서 그 비결을 찾았다.

마쓰키 씨는 작은 농지를 임차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야채를 재배하는 한편, 인터넷 쇼핑몰을 만들었다. 야채 7∼9가지를 한 세트로 구성해 쇼핑몰을 통해 직접 판매에 나섰다. 하지만 처음엔 일주일에 고작해야 한 세트가 팔릴 정도였다. 자급자족을 목표로 삼았을 정도로 큰 욕심이 없었기에 실망하진 않았다. 하지만 일반 농작물과 함께 프랑스 요리에 많이 쓰이는 주키니, 리크 등 일본에서 구하기 힘든 야채를 곁들인 전략이 적중하면서 마쓰키 씨의 귀농생활은 달라졌다.

입소문을 타고 도쿄의 레스토랑들이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야채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일할 당시 재료 구하는 데 애를 먹었던 경험을 농사에 접목한 게 성공한 것. 마쓰키 씨는 또 쇼핑몰에 유기농 야채를 활용한 프랑스 요리법 등을 게재하고 책도 출간했다. 야채 요리책을 함께 판매하는 세트는 일주일에 150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히트상품이 됐다.

그의 농업 비즈니스 규모는 당초 계획과 달리 고객이 급증하며 확장을 거듭했다. 재배 작물 종류도 80종으로 늘었다. 2007년엔 주식회사 ‘바이오팜 마쓰키’를 설립하고 인근 후지노미야(富士宮) 시 상점가에 전문매장도 열었다. 이 매장은 주말이면 독특한 종류의 유기농 야채를 사러 도쿄, 가나가와 등 인근 대도시에서 몰려온 고객들의 자동차가 가게 앞에 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현재 그는 인근 농지 1000평을 구입해 유기농업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 중이다. 산지라서 공사가 어려워 투자금도 만만치 않았지만 지역 은행인 시즈오카은행이 마쓰키 씨의 사업 감각을 믿고 자금을 빌려줬다. 올가을 프랑스 농가를 연상시키는 테마파크와 레스토랑이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마쓰키 씨는 자신의 성공 비결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농업의 개념은 농업 자체가 30%, 서비스가 70%로 구성된다”고 밝혔다. 농작물 재배만으론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합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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