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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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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년의 역사를 가진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제 정부를 출범시켰던 네팔 민주주의가 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네팔 민주주의의 위기는 마오쩌둥주의를 표방하는 집권 여당 네팔공산당(M) 출신인 프라찬다(본명 푸슈파 카말 다할) 총리가 4일 육군참모총장 해임을 둘러싸고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면서 전격적으로 사임을 선언한 데서 비롯됐다. 네팔공산당 지지자들은 5일 수도 카트만두 등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시위에 나서는 등 정국이 혼돈의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이번 일을 촉발시킨 계기는 네팔의 왕정 폐지와 공화제 출범을 이끌어낸 ‘피플 파워’의 주역인 마오쩌둥주의 공산군의 취업 문제다. 프라찬다 총리는 과거 자신을 따랐던 공산군 대원들이 정부군에 편입돼 있지 않다며 정부군 편입을 추진하면서 카타왈 육군참모총장에게 이 방침에 반대하는 군 장성의 해임을 지시했다. 그러나 카타왈 총장이 이를 거부하자 3일 비상각의를 소집해 육군참모총장의 해임을 전격 결정한 것.
이에 대해 제2당인 네팔국민의회당(NC) 출신의 람 바란 야다브 대통령은 “참모총장 해임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프리찬다 총리에 반기를 들고 카타왈 장군에게 참모총장직을 유지할 것을 명령했다. 제3당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연대 네팔공산당(UML)도 총리에게 반발해 연정 탈퇴를 선언했다. 프라찬다 총리는 4일 TV 연설을 통해 총리직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초헌법적인 조치가 유아기의 네팔 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위기로 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번 사태는 집권당인 네팔공산당(M) 정부와 제1야당 출신 대통령 간의 파워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도적 승리를 한 네팔공산당은 여러 차례 ‘벼랑 끝 전술’로 토지 개혁, 군 개혁 등을 추진해 오면서 옛 정치세력과 갈등을 빚어왔다. 또 중국에 치우친 외교노선으로 오랜 ‘형제의 나라’인 인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프라찬다 총리가 사임한 뒤 하루가 지난 5일 카트만두 대통령궁 주변에는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수백 명의 군인이 배치됐다. 네팔공산당은 “대통령의 비민주적 조치가 철회될 때까지 무기한 ‘시민 불복종’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프라찬다 총리의 사임 뒤 공산군이 다시 총을 들고 정부 전복에 나설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대통령이 소속된 네팔국민의회당은 이날 제3당인 마르크스-레닌주의자 연대 네팔공산당 등과 함께 새로운 연정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