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대 흉악범죄는 ‘히구라시’ 때문?

  • 입력 2009년 3월 20일 03시 00분


“또 ‘히구라시’ 사건이 발생했어?”

요즘 일본에선 살인사건 취재현장에서 ‘히구라시(ひぐらし·쓰르라미)’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매미의 일종인 히구라시가 일본에서는 10대 청소년에 의한 패륜살인이나 무차별 살상 사건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고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 말은 잔인한 범죄로 일본 열도를 경악하게 만든 청소년들이 인기 만화 ‘히구라시노 나쿠 고로니(ひぐらしのなく頃に·쓰르라미 울 적에·사진)’의 애독자라는 공통점이 알려지면서 언론에 등장했다.

지난해 아오모리(靑森) 현에서 어머니, 동생 등 가족을 칼로 찔러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18세 소년, 사이타마(埼玉) 현에서 아버지를 살해한 여중생 등 여러 명의 10대 흉악범이 이 만화를 탐독했다고 아에라는 전했다.

한국에서도 발매된 이 만화는 시골 마을과 학교를 배경으로 미소녀 등 등장인물이 복수, 엽기적 살인에 휘말리는 내용을 다룬다. PC 게임이 원작이며 그동안 애니메이션, 소설, 영화로도 제작될 만큼 청소년 사이에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선 이 만화가 청소년 범죄에 영향을 준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007년 9월 교토(京都)에서 16세 소녀가 도끼로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한 뒤 일부 방송사는 만화의 일부 내용이 “사건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로 방영을 중지하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인 후쿠시마 아키라(福島章) 씨는 “범죄는 학습을 통한 행동이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이) 픽션을 현실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연관성을 지적했다. 특히 현실도피 성향이 강한 ‘오타쿠’(한 가지에 몰두하는 마니아)들이 이 같은 만화에 영향을 받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원작자인 류키시07(필명) 씨는 “만화의 주제는 (사람, 가족 간의) 소통”이라며 “폭력적 묘사는 주인공이 무책임하게 판단하고 행동할 때 나쁜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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