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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3월 19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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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말고 너희 돈으로 줘라”
항의 전화에 살해 위협까지
혈세를 지원받아 연명하고 있는 AIG가 직원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자 미국인들이 분노로 들끓고 있다.
경제위기로 직장을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보통 미국인’들은 AIG 직원들이 정작 경기침체의 주역이면서도 고통을 분담하기는커녕 아예 거부하고 있다며 분노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7일 전했다.
정보기술(IT) 회사 간부로 일하다 지난해 12월 실직한 돈 요스 씨는 “어떻게 AIG 직원들이 스스로 보너스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그 사람들은 경기침체에 대한 어려움과 걱정에서 벗어나 있는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고 개탄했다.
의료용품 판매사원인 데이브 블랭크 씨도 “보너스는 제대로 일을 한 사람들이 받는 것이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사람들이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미철강노동조합(USW)의 토니 몬태나 대변인은 “노동자들이 너나없이 임금 삭감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자나 경영진이 고용 계약을 내세워 엄청난 액수의 이득을 취하고 있는 것은 불공정한 행위”라고 목청을 높였다.
뉴욕타임스 독자의견란에도 비난 글이 쏟아졌다. 독자 폴 카힐 씨는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겠다고 계약한 당사자는 AIG이니까, 보너스를 주려면 납세자들의 돈 말고 AIG의 돈으로 줘라”고 말했다. 웨버 위드 씨는 “보너스를 받은 AIG 직원들에게 ‘너희가 주인공이던 시절은 끝났다. 당신들은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고 적었다.
AIG 사무실에도 각종 항의 전화는 물론 살해 위협 e메일까지 쇄도하고 있을 정도다.
거액을 지원하고도 보너스 지급을 막지 못한 정부를 향해서도 시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폴렛 알트마이어 씨는 뉴욕타임스 독자란에 “정부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대응할 것인지가 관심인데 지금까지는 완전히 무능해 보인다”는 내용의 글을 실었다.
한편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 등 12개 노동·시민단체는 19일 미국 100여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AIG의 보너스 지급과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들의 도덕적 해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