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범 호텔 난입 급보에 죽음의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3시 00분



■ 한상곤-김동연씨가 전한 死地 탈출기

“건물 흔드는 폭발음 속 4시간 숨죽여”
오전 2시 넘어서야 총성 잠잠해져
19층서 비상계단 통해 극적 탈출


“간간이 들려오는 폭발음은 호텔 건물이 출렁일 정도로 위협적이었습니다.”(한상곤 KOTRA 인도 뭄바이코리아비즈니스센터장)

“총탄이 날아 올 것을 우려해 창가 대신 홀 중앙으로 모여 바닥에 앉아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했습니다.”(김동연 뭄바이총영사관 총영사)

26일 테러의 표적이 된 인도 뭄바이 타지마할 호텔에 갇혀 있다가 27일 새벽 무사히 탈출한 김동연 총영사와 한상곤(옛 무역관장) 센터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국제전화에서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두 사람은 26일 오후 7시 30분(현지 시간) 인도 경제의 중심지인 뭄바이에 한국 기업의 진출이 많아지자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뭄바이 한국총영사관 주최로 열린 ‘한-인도 실업인협회 창립총회’ 행사장인 타지마할 호텔 19층 랑데부홀에 있었다. 이 자리에는 양국 경제인 8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의 공식 일정이 끝날 무렵인 오후 10시경 인도 푸네 시 등 다른 도시에서 온 한국인 10여 명은 먼저 행사장을 떠났고 남은 사람들은 뷔페식 음식을 먹고 있었다.

오후 10시 15분경 호텔 밖이 술렁였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상황이 심각한지 몰랐다.

그러나 오후 10시 30분경 행사장을 일찍 나선 인도인이 “테러범이 호텔에 난입해 호텔 출입구가 완전히 봉쇄됐다”며 황급하게 다시 들어오자 행사장은 불안에 휩싸였다.

곧 호텔 측의 경비원들과 경찰들이 행사장에 와서 테러범의 침입을 막기 위해 행사장 문을 봉쇄했고 빛이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커튼도 내렸다.

다행히 테러가 발생한 곳은 호텔 구관(舊館)으로 행사장인 랑데부홀이 위치한 신관과 다소 떨어져 있었다. 행사장 바로 옆 레스토랑 손님 70여 명도 행사장에 와서 함께 대피했다. 식당이 통유리 형태의 스카이라운지여서 공격을 받기 쉽다는 이유였다.

이들은 휴대전화로 외부와 통화하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는 한편 방안의 TV를 통해 뉴스 속보를 지켜봤다. 경비원들도 외부와 연락을 취하면서 외부 상황을 수시로 알려줬다.

27일 오전 1시경 무장한 군인들이 출동해 행사장에 들어왔고 구관과 신관을 로비에서 차단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외부 총성이 잠잠해졌고 오전 2시 15분경 안전이 확보됐다는 연락이 들어오자 행사장에 있던 사람들은 여성부터 시작해 19층에서 1층까지 좁은 비상구 계단으로 내려가 호텔 후문으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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