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도 금융위기 못막아…美, 세계 앞에서 신중해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1월 8일 03시 01분



“한국 강력한 위기대응 조치 필요

국제협력 강화로 돌파구 찾아야

오바마는 불량국가 낙인 안찍어

北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유도”


■ 佛석학 자크 아탈리 인터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한다 해도 금융위기는 심해질 것이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64) 씨는 7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에 변화는 오겠지만 금융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미국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보는가.

“그의 당선은 미국이 자신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은 다른 세계를 향해 더욱 개방된 자세를 취할 것이고 분열된 자기와의 화해를 추구할 것이다. 또 일방주의에서 벗어나 세계화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가질 것이다. 그들은 지금 말 그대로 미국에서 출발해 전 세계로 번진 금융위기를 목격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오바마의 당선을 자기 일처럼 지켜본 것도 알고 있다. 미국은 앞으로 세계 앞에서 더욱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미국은 덜 일방적이 되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도 더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미국은 앞으로 북한이나 쿠바와 같은 불량국가의 포섭을 시도할 것인가.

“불량국가란 개념 자체가 오바마 당선인의 개념이 아니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개념이다. 그에게는 부시 대통령처럼 어느 국가를 불량으로 낙인찍는 이런 개념이 없다. 아마도 대화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북한이나 쿠바 같은 나라가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만들 것이다.”

―미국의 변화가 유럽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유럽은 지금 단합과 힘의 중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미국이 흔들리는 이때 유럽은 영향력에서 미국과 동등한 힘을 가진 공동체가 되기를 원한다. 분명한 것은 유럽의 통화인 유로화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외교적 영향력이 커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 유럽연합(EU)은 외교 문제에 대해 단합된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구조로 돼 있고 외교력을 뒷받침할 만한 군사력도 갖고 있지 않다.”

아탈리 씨는 국내에도 번역된 ‘미래에 관한 짧은 이야기’(2006년)에서 지금 같은 금융위기가 닥칠 것을 예고해 프랑스에서 최근 화제가 됐다. 그는 올해 8월부터도 강력한 ‘금융 지진해일(쓰나미)’이 닥칠 것을 경고했다고 지난달 프랑스 일간지 ‘르 파리지앵’이 보도했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금융위기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위기는 지속될 것이다. 아주 심화될 것이다. 오바마가 취임한다고 해도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의 금융위기는 더 깊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 위기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가 출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무엇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한국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하고 효율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국제적인 협력이다. 한국은 국제 회의에 적극 참가해 세계적으로 또는 아시아 국가들과 함께 공동의 대책 마련에 노력해야 한다.”

―아시아의 경제적 통합에 대해 낙관하는가.

“낙관적이냐 비관적이냐 하는 전망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당장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자크 아탈리

△소르본대 경제학 박사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특별보좌관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 성장촉진위원회(일명 아탈리 위원회) 주도 △컨설팅 기업 ‘아탈리 & 아소시에’ 경영 △비영리기구 ‘플래닛 파이낸스’를 설립해 빈곤퇴치운동 △저서 ‘미래에 관한 짧은 이야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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