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시-매케인 공격 주저하지 않을 것”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3분


미련 못버린 힐러리측 결집위해 수락연설서 강도 높일듯

케냐 출신 흑인 유학생과 백인 여학생 사이에 태어난 초선 상원의원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된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길 만한 의미 있는 ‘사건’이다. 이를 촉발한 결정적 계기는 2004년 7월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였다.

당시 상원의원 선거 입후보자 신분으로 기조연설자에 선정된 43세의 신예 버락 오바마 씨는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반면 당시 민주당과 존 케리 후보는 이미지 업그레이드에 치중하느라 부시 후보 공격에는 별달리 중점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 본선에서 오바마 후보는 케리 후보와는 전혀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 참모는 29일자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후보는 앞으로 부시 대통령과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데 결코 주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도 높은 공격을 펼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그 신호탄은 28일 밤 7만5000여 군중을 상대로 펼칠 후보 수락연설에서 올릴 예정이다.

오바마 후보는 ‘인간 오바마’에 대한 일각의 불안감을 해소함과 동시에 매케인 후보와의 차별성을 선명히 부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 존 F 케네디 후보가 로스앤젤레스에서 8만여 군중을 상대로 연설한 이후 처음인 이번 옥외 연설은 ‘탁월한 연설가’로 평가받는 연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그와 동시에 ‘클린턴 집안 잔영 떨치기’의 통과의례 같은 역할을 한 사흘간의 전당대회장을 벗어나 새 공간에서 명실상부한 ‘오바마 체제’의 막을 올리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클린턴 부부는 이번에 상당히 농도 짙게 오바마 후보 지지를 호소했다. 그럼에도 당의 무게중심 추가 여전히 후보에게 완전히 옮겨오지 못한 ‘불안한 전당대회’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틀째의 일정이 끝난 직후인 26일 오후 10시 인베스코필드 내 대형 연회장에서는 1000명이 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지지자가 모인 ‘포 스타(Four Star·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경선 때 힐러리 의원에게 표를 몰아준 대형 4개 주) 이벤트’란 제목의 연회가 열렸다.

초청장을 받은 이들만 참석할 수 있었던 이 연회에서 클린턴 부부는 오바마 후보 지지를 다시 한번 당부했다. 하지만 상당수 지지자는 여전히 힐러리 의원에 대한 미련을 접지 못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앞으로 당분간 다시 배출하기 힘든 ‘최초의 여성 대통령감’에 대한 미련, 오바마 후보를 낯설어하는 백인 블루칼라 계층 출신들이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는다는 게 민주당 전략가들의 우려다.

이들 전통적 당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서라도 오바마 후보는 부시 행정부와 매케인 후보를 겨냥해 더욱 날선 공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덴버=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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