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미국 콜로라도 주 덴버에서 막을 올린 이번 전당대회 개막일의 콘셉트는 ‘인간 오바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백악관이 손에 쥘 수 있는 거리에 들어와 있는 것 같으면서도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서 있는 민주당은 그런 불확실성의 가장 큰 원인이 ‘인간 오바마’에 대한 낯섦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버락 오마바 상원의원의 인간적 면모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이번 전당대회는 슈퍼볼 같은 축제무드 속에서도 곳곳에서 진지한 선거전략 토론이 병행되는 분위기다. 이날 덴버엔 300여 명의 대사급 외교사절이 속속 도착했다. 할리우드의 스타도 속속 도착했다.
▽인간 오바마=‘하나 된 나라’라는 주제로 열린 개막식 하이라이트는 미셸 씨의 연설.
오바마 의원의 가족이 평범한 미국 가정의 사람들임을 강조하기 위해 미셸 씨를 연단으로 불러올리는 역할은 사촌오빠가 맡을 예정이다. 오바마 의원의 의붓여동생인 마야 소에토로응 씨도 오바마의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을 청중과 공유한다.
▽오바마 열풍 재현의 발판이 될까=“목요일에 비가 올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맑을 것 같아 천만다행입니다.”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들은 날씨 얘기로 아침을 열었다. 24일 덴버 인근에 토네이도가 닥쳤고 25일 오후에도 약간의 비가 예상되지만 오바마 의원의 후보 지명 수락연설이 예정된 28일엔 섭씨 30도가량의 맑은 날씨가 예상돼 다들 표정이 밝았다.
오바마 의원은 28일 7만5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형 야외 경기장에서 연설할 계획. 존 F 케네디 시절 이래 처음으로 기획된 초대형 이벤트로 올해 초 불었던 오바마 열풍에 다시 불을 지핀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의원과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지지율은 24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에선 각각 49%, 45%로 오바마 의원의 우세였고, 25일 발표된 CNN 여론조사에선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아시아계의 적극 참여=이날 오전 10시 대회장 인근 콜로라도 컨벤션센터에선 아시아태평양 지역 출신 정치인과 대의원들이 코커스(당원대회)를 열었다. 일본계 3세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과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 간부 등 아시아계 대표가 다수 참여했다.
주최 측 통계에 따르면 아태 지역 출신 대의원은 1984년에는 1.9%에 불과했으나 2000년 3.0%, 2004년 3.9%에 이어 이번엔 4.6%로 높아졌다.
▽소수자의 축제=이날 낮 12시 컨벤션센터에선 동성애자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적소수자(LGBT) 대의원들과 지지자들이 코커스를 열었다.
LGBT 대의원 비율은 2000년 3.7%, 2004년 4.2%에서 이번엔 5.8%로 높아졌다.
흑인 대의원 비율은 24.5%로 역시 최근 7차례 대회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1984년에 72.2%를 기록했던 백인 대의원 비율은 이번에 56.7%로 떨어졌다.
덴버에서 전당대회가 열린 것은 100년 만이다. 100년 전의 덴버 대회는 여성 대의원이 처음으로 참여한 대회였다.
이번 대회에선 여성 대의원 비율이 50.1%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남성을 앞질렀다.
덴버=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부통령도 흑백대결 되나▼
매케인, 바이든 대항마로 파월 검토
흑인으로서 최초의 미국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사진) 씨가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4일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 후보 측 선거참모의 말을 인용해 파월 전 국무장관이 러닝메이트 중 한 명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케인 후보는 “태아는 임신 직후부터 인권을 가진다”며 강력히 낙태 반대를 주장해 온 인물. 그런 그가 최근 “낙태를 찬성하는 사람도 부통령 후보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것은 파월 전 장관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파월 전 장관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될 경우 이번 대선은 대통령과 부통령 후보 모두 흑백 인종대결로 치러지게 된다.
1991년 걸프전의 영웅으로 초당적 인기를 누려 온 파월 전 장관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공화당의 유력 카드로 하마평이 무성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선거 출마를 고사해 왔고 최근엔 오히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할 수도 있음을 시사해 왔다.
그러나 폴리티코는 아직까지는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공화당 부통령 후보 1순위라고 덧붙였다. 매케인 후보는 29일 오하이오 주 데이턴 유세에서 부통령 후보를 정식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