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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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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7일 오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전략적 호혜관계’의 포괄적 추진에 관한 중-일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양국 국교 정상화가 이뤄진 1972년의 공동성명과 1978년의 평화우호조약, 1998년 장쩌민(江澤民) 주석 방일 당시의 공동선언에 이은 네 번째 공동성명이다.
두 정상은 매년 한쪽 정상이 상대국을 방문하기로 해 아시아 지역의 주도국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양국이 동시에 협력자 관계이기도 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공동성명은 특히 양국 간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전쟁과 침략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책임’ 부분을 명시하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4월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중국 정상도 과거보다는 미래를 강조함에 따라 동북아 3국의 관계는 ‘미래 지향’이 기조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과거사 문제에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나 정치인의 망언 등으로 한국이나 중국을 자극하지 않도록 조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중국은 ‘일본의 유엔 내 지위와 역할을 중시한다’고 밝혀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노리는 일본에 처음으로 일정한 이해를 표시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두 정상은 북한 핵 문제에 관한 6자회담의 진전을 촉구했으며 중국 측은 ‘북한과 일본이 납치 문제 등 현안을 해결함으로써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양국은 ‘기후 변동에 관한 중-일 공동성명’에도 합의했다. 올가을에는 고위급 경제 대화를 일본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등 경제 교류를 확대할 태세다.
중국과 일본의 경제교류협력이 긴밀해지면 한국으로서는 더 큰 경쟁자를 만날 수 있지만 동아시아 3국 간의 협력에 따른 ‘윈윈’ 효과를 노릴 수도 있게 된다.
중국 측이 ‘따뜻한 봄맞이 나들이(暖春之旅)’로 이름 붙인 이번 방일에서 언론의 관심은 티베트 사태와 관련해 국제적 비난 여론에 부닥친 후 주석과 국내 지지율 10%대의 ‘식물 총리’ 상황에 빠진 후쿠다 총리가 각각 외교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느냐에 쏠려 왔다.
일본 언론은 두 정상이 서로 상대편의 지지를 이끌어 낸 점에서 실리를 챙긴 셈이지만 후쿠다 총리는 ‘국민이 요구하는 현안에 대해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10년 만에 일본을 방문한 후 주석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아키히토(明仁) 일왕 내외를 예방했다. 후 주석은 8일 와세다(早稻田)대 특강, 9일 요코하마(橫濱) 화교학교 방문, 10일 나라(奈良) 현 문화재 시찰 등의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