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에서 아버지가 딸을 24년간이나 지하창고에 가두고 성폭행한 희대의 엽기적 사건이 발생해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공영 ORF방송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인구 2만여 명의 소도시 암슈테텐에서 창고에 갇혀 지내온 ‘엘리자베트 프리츨’(43) 씨와 아이 3명을 27일 경찰이 구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엘리자베트 씨는 19세 때인 1984년 아버지 요제프(73)에 의해 자기 집 지하창고에 감금된 뒤 요제프의 계속된 성폭행으로 자녀 7명을 낳았다. 요제프는 이들 가운데 1명이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사망하자 아이의 시신을 자택 소각장에서 직접 태운 사실을 경찰에 진술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아이들 중 19, 18, 5세인 3명은 태어난 뒤 계속 지하에서만 생활해 오다 이번에 구출됐다. 15, 14, 12세인 다른 아이 3명은 갓난아이일 때부터 아버지 겸 할아버지인 요제프가 지상에서 키웠다. 이번 사건은 갇혀 지내던 3명 중 맏딸인 키르스텐(19) 씨가 병으로 중태에 빠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요제프는 부인 로제마리 씨에게 “엘리자베트가 의식불명인 딸을 문 앞에 버리고 갔다”고 말한 뒤 키르스텐 씨를 병원에 입원시켰다. 미심쩍은 낌새를 느낀 의사들은 “환자의 엄마인 엘리자베트 씨를 찾아야 한다”고 경찰에 제보했고, 경찰이 결국 엘리자베트 씨와 세 아이를 찾아냈다. 경찰이 28일 공개한 현장사진 속 지하창고는 두꺼운 방음문으로 집과 연결됐으며 침대와 주방, 세면 시설을 갖추고 있다. 요제프는 부인 로제마리 씨도 그동안 실종된 줄 알았던 딸이 당한 일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지상에 살던 세 명의 아이도 형제들이 갇혀 있는 줄 모른 채 학교에 다니며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 요제프의 이웃들은 엘리자베트 씨가 밖에서 낳아 맡긴 아이들을 그가 입양해 키우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요제프는 로제마리 씨와의 사이에 엘리자베트 씨 외에도 4명의 자식이 더 있다. 이들은 모두 결혼해 따로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