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조직 충돌로 900명 이상 사망=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맞닿아 있는 관광 도시 티후아나다. 26일에도 마약조직들 사이에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져 최소한 17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사망자를 포함해 올해 들어 티후아나에서 마약 조직 간 충돌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90명에 이른다.
미국 텍사스 주와 접경지역인 교통 요지 시우다드후아레스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는 “해가 지면 여기저기서 총소리가 들리고 주민들은 집 밖에 나가지 않는다.
군용 트럭을 타고 순찰하는 군인들도 마약조직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을까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 신문은 올해 이 도시에서 마약조직들의 공격으로 경찰관 8명이 살해되는 등 210명이 숨졌다고 집계했다.
마타모로스, 누에보라레도, 레이노사 등 다른 접경 도시들에서도 무장 마약조직들 간에 충돌이 벌어지거나 군경-마약조직 간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들 도시에서는 ‘시날로아 카르텔’, ‘후아레스 카르텔’, ‘티후아나 카르텔’, ‘걸프 카르텔’ 등 세력 확대를 노리는 대형 마약조직들이 미국에 마약을 밀매할 수 있는 루트를 장악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고 미국 애리조나 데일리스타가 분석했다. 멕시코 전체로는 올해 마약조직 관련 충돌로 인한 사망자가 900명을 넘어섰다.
▽무력한 멕시코 공권력=지역 경찰들은 거대 마약조직에 맞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시우다드후아레스에서는 전체 700여 명의 지역 경찰관 중 47명이 마약조직의 협박과 회유에 못 이겨 사임했다.
인근 도시 푸에르토팔로마에서는 경찰서장이 마약조직으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은 뒤 미국으로 도망쳐 망명을 신청했다.
2006년 말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은 지금까지 약 3만 명의 군 병력을 주요 지역에 파견해 ‘마약조직과의 전쟁’에 나섰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뉴스위크는 “지난해 1만8000여 명의 군인이 탈영했고 이들 중 상당수는 마약조직에 합류했다”며 “군이 투입된 지역에서는 마약조직이 잠시 활동을 멈췄다가 군이 철수하면 바로 활동을 재개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불똥 튈까 전전긍긍=워싱턴포스트는 “멕시코 마약조직원들이 미국 국경을 넘는가 하면 불안에 빠진 멕시코인들이 미국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어 멕시코 접경지역의 미국 측 치안 담당자들과 수백만 명의 시민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는 14일 멕시코 북부지역에 여행을 자제하라는 주의보를 발령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1990년대 콜롬비아 마약조직들이 와해된 이후 멕시코 마약조직들의 세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이들이 미국에 유입되는 코카인의 90% 이상을 공급할 정도로 미국 마약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회계감사원(GAO)은 멕시코 마약조직들이 미국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연 230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21, 22일 열린 미국-멕시코-캐나다 정상회담에서도 멕시코의 마약조직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마약 단속을 위해 멕시코 정부에 5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의 ‘메리다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