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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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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이날 탈레반 측이 ‘마지막 협상 시한’이라며 제시한 이날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이 지났으나 새로운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인질 석방 협상이 일시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탈레반 측 대변인 카리 유수프 아마디는 시한이 지난 뒤 AFP 통신과 가진 통화에서 “아프간 정부가 우리 수감자 석방 절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수감자를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죽일 것”이라며 “새로운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마디는 또 “(한국의) 대통령 특사가 석방 협상을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못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식으로 아무런 진전 없이 협상이 진행될 경우 인질들의 생명이 위험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나 미라주딘 파탄 가즈니 주지사는 탈레반 측이 아프간 정부 협상단을 만날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시한을 막연히 연장했다고 밝혔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 협상단 일원인 크와자 모하메드 시디키 카라바그 경찰서장은 “납치세력 내부에 이견이 있어 그들이 조정할 시간을 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납치세력이 아침에 전화를 걸어와 시간을 달라고 한 뒤 전화기를 꺼버렸다”고 말했다.
시디키 서장은 또 AP 통신에 “(탈레반 내) 어떤 사람은 ‘내 친척과 인질을 교환하자’고 하고 다른 사람은 ‘여자들은 풀어 주자’고 한다. 또 다른 사람은 상당한 돈을 원한다”라고 이들의 상반된 요구사항을 설명했다.
한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도 “탈레반 무장단체와의 접촉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각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탈레반 측도 여러 갈래로 접촉에 응하고 있다”고 말해 탈레반 내 이해관계가 다른 세력이 각기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협상이 지연되면서 시린 망갈 가즈니 주지사 대변인은 “인질들이 오늘 풀려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교도통신은 인질 중 일부 여성이 지금까지의 억류 장소를 떠나 현지 주민의 집으로 옮겨졌다고 아프간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인질을 맡은 주민이 ‘탈레반의 신뢰를 받는 주민’이지만 무장 요원들이 함께 있지 않은 것으로 보여 감시가 완화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정부는 납치사태 장기화로 건강에 이상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 인질 22명에 대해 의약품 및 생필품을 빨리 지원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 특사로 이날 아프간 수도 카불에 도착한 백종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은 아프간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접촉을 가진 데 이어 28일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알려져 중대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부 당국자는 “백 실장의 파견은 우리 정부의 해결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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