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여객기 충돌…빗길 활주로 이탈, 건물에 ‘꽝’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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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에서 17일 승객과 승무원 186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벗어나 공항 인근 건물과 충돌하면서 탑승객과 주민 등 200여 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AP, AFP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탐(TAM)항공 소속 에어버스 A320기가 이날 오후 6시 50분경 콩고냐스 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다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활주로를 벗어났다. 사고기는 이어 공항 옆 대로를 가로질러 건너편의 주유소와 건물에 충돌한 뒤 곧바로 폭발했다.

외교통상부는 18일 탑승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한국인 탑승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고 순간=악천후 속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사고기는 활주로 끝에 이르렀으나 제동이 되지 않았고 다시 이륙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사고기는 이어 차량과 행인이 많은 대로를 가로질러 미끄러지면서 도로의 차량 몇 대를 들이받은 뒤 건너편 건물에 강하게 충돌했다.

충돌과 동시에 몇 차례 폭발이 일어났고 사고기는 곧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불길은 빠른 속도로 이웃 건물에 옮아 붙었으며 건물 한 채가 무너졌다고 현지 글로브뉴스가 전했다. 피해 건물 가운데는 탐항공이 사용하는 건물도 있었다. 사고 직후 여객기는 건물 안쪽으로 깊이 박힌 상태에서 꼬리 날개 부분만 바깥으로 드러나 있었다.

▽피해 상황=사고기는 브라질 최남부 포르투알레그리를 출발한 국내선. 당국은 탑승객 가운데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원 의원인 훌리우 레데케르 씨도 사고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세 세라 주지사는 “충돌 직후 섭씨 1000도가 넘는 화염이 발생했다”면서 “생존자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행기가 충돌한 건물의 주민과 도로의 행인 가운데서도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사고 순간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주변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창 밖으로 뛰어내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현장 수습을 도운 의사 더글러스 페라리 씨는 AFP에 “불에 탄 시체 20여 구를 봤으며 사고기 근처에 정차된 차 안에서 숨진 커플도 목격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고는 브라질에서 대형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발생한 것이어서 브라질 국민을 더욱 충격에 빠뜨렸다. 지난해 9월에는 브라질 골항공 소속 보잉 737기가 아마존 밀림 상공에서 소형 항공기와 충돌한 뒤 추락해 154명이 숨졌다.

▽현지 언론 “예견된 사고” 지적=브라질 언론은 ‘예견된 사고’라고 지적했다. 브라질에서 이용객이 가장 많은 콩고냐스 공항은 활주로가 짧고 비가 내릴 때는 비행기가 착륙할 때 종종 미끄러지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고 하루 전인 16일에도 착륙하던 여객기 2대가 미끄러지면서 활주로를 벗어나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조종사들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착륙 비행기가 많은 데다 인근에 고층 건물이 있고 활주로가 짧아 이착륙 때 늘 신경을 곤두세웠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지방법원은 2월 대형 여객기 3종의 이착륙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이 결정은 ‘경제적으로 손실이 크다’는 이유로 항소심에서 번복됐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은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하고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으며 3일간의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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