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희 가족 사과성명은 용기있는 행동”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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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의 가족이 20일 이번 사건의 희생자들과 가족들에게 사과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16일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나온 가족의 첫 공식 의견 발표다.

조승희의 누나가 가족을 대표해서 작성한 이 성명서는 변호사인 웨이드 스미스 씨를 통해 AP통신에 전달됨으로써 일반에 공개됐다. 여기에는 하루아침에 살인자의 가족이 된 이들의 참혹한 심경과 죄스러움, 깊은 사죄의 뜻이 곳곳에 담겨 있다.

누나 조모 씨는 “32명의 무고한 인명이 끔찍하고 무모한 비극으로 희생된 데 대한 슬픔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지 못할 것”이라며 “제 남동생이 저지른 참혹한 행위에 대해 우리 가족은 매우 깊이 사과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희생된 32명의 이름을 전부 열거하며 “저와 아버지, 어머니는 이들과 그 가족들, 이번의 경험으로 삶이 영원히 바뀌게 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동생에 대해서는 “저와 함께 자라고 제가 사랑했던 사람인데 지금은 마치 전혀 알지 못했던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고 고백했다.

‘우리는 항상 평화롭고 서로를 사랑했던 가족이었습니다. 동생은 말이 없었지만 (환경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에게 그런 엄청난 폭력성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우리는 악몽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은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짓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하려는 당국의 노력에 전적으로 협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수사협조 의지를 다짐했다.

외신들은 이날 일제히 사과 성명의 구체적인 내용과 희생자 가족의 반응을 보도했다. 버지니아공대가 있는 블랙스버그 지역 인터넷 매체의 댓글에는 ‘가족의 성명발표는 어려울 때 자신을 드러낸 용기 있는 행동’이라는 격려의 글이 올랐다.

이번 사건으로 조카인 레슬리 셔먼을 잃은 웬디 애덤스 씨는 “조승희를 용서할 만큼 관대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 가족에게는 연민을 느낀다”고 말했다.

버지니아공대 학생인 안드레아 해커 씨는 “많은 사람이 그 가족을 비난하겠지만 그럴 이유가 없다”며 “이번 사건은 그들에게도 똑같이 슬픈 일인 데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부담까지 짊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힘들고 괴로운 상황에서 이런 성명을 낸 일에 모든 사람이 감사를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가족을 향해 “이번 일은 부모와 누나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들도 사랑하는 아들과 동생을 잃은 사실이 견디기 힘들 것”이라고 위로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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