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괜찮니" 애타는 유학생 부모들

  • 입력 2007년 4월 18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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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을 저지르고 자살한 용의자가 한국 교포 학생으로 밝혀지면서 미국에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다.

부모들은 혹시나 한국 유학생에 대한 차별과 보복 폭력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국제전화를 통해 자녀들의 안부를 묻느라 분주했다.

딸이 미국 스탠포드대 MBA 과정을 밟고 있는 주부 현혜숙(52) 씨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전화를 했다가 통화가 안 돼 안절부절못했다"며 "수업중인 것을 알고 한시름 놓았지만 절대 혼자 걸어다니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고 말했다.

1998년 고등학생인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 보낸 서울 성북구 돈암동 박은정(53·여) 씨는 "용의자가 중국계라고 알려졌을 때도 미국인들 눈에는 비슷해 보이니까 덜컥 겁이 났는데 한국인이라니 정말 걱정"이라며 "아이 아빠와 내가 번갈아 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을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 칠고 칼리지에 어학연수 보낸 오무희(57·여) 씨도 "범인이 한국인이란 소식을 접하고 걱정이 돼 바로 전화통화를 했다"며 "눈에 띌 만한 행동을 하지 말고, 한 동안 어디 나가거나 미국인과 어울리는 것을 자제하라는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유학생 부모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한국 출신 유학생이 인종차별이나 정책 상의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하는 우려감도 나타냈다.

사고가 일어난 미국 버지니아공대 박사과정에 지난해 가을 딸을 유학 보낸 김복순(53·여) 씨는 "적어도 3년은 미국에서 더 공부해야 하는데 편견으로 인해 한국 출신 유학생들이 대학의 장학금 정책 등에서 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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