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지만은 않은 지구촌 성탄절

  • 입력 2006년 12월 2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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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5일 정오 성탄 메시지에서 중동,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의 유혈분쟁 종식을 촉구했다. 교황은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서 낭독한 메시지에서 “크리스마스 축제의 날에 깊은 우려와 함께 심각한 위기와 분쟁으로 얼룩진 중동을 생각한다”며 “정의롭고 영속적인 평화로 이르는 길이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대화 재개 분위기를 환영한 뒤 “상황이 허락하는 한 빨리 팔레스타인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교황은 24일 밤 성탄자정미사에서는 “사랑과 음식을 박탈당하고 구걸하거나 병사로 나서야 할 정도로 고통과 학대를 받는 어린이들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인 인도네시아의 가톨릭 교인들은 테러 위협에도 불구하고 교회로 모여 성탄을 축하했다. 자카르타 대성당 미사에 참석한 롤리타 우타미사리 씨는 “생과 사는 신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테러 위협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랜 가뭄으로 고통 받던 호주에선 성탄절에 맞춰 내린 비가 사람들을 들뜨게 했다. 3주째 확산되던 화재도 이번 비로 불길이 잡혔다. 8700km²의 숲과 초원을 잿더미로 만든 불길이 꺼지자 화재 진압에 나섰던 자원봉사자 800여 명은 성탄절을 즐기기 위해 귀가했다.

홍콩은 성탄절을 전 세계에서 관광객과 쇼핑객을 유치하는 호기로 삼아 온 거리를 ‘크리스마스 파티장’으로 탈바꿈시켰다. 24일 성탄 전야엔 홍콩의 모든 고층 건물이 즐거운 성탄절과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는 네온사인으로 불을 밝혔고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그러나 전쟁과 테러로 얼룩진 중동지역에는 올해도 우울한 성탄절이 이어졌다.

이스라엘 관광청은 올해 베들레헴을 찾는 관광객이 1만8000여 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평화 분위기가 고조됐던 1990년대 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 규모.

이슬람교도에게 둘러싸인 가자지구의 기독교인 3000명은 올해 성탄 전야 기도회를 포기했다. 마누엘 무살렘 신부는 “이곳의 아이들은 ‘올해는 너무 위험해서 산타클로스조차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며 우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외신종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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