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제공 사실 폭로(?)한 청동 주기

  • 입력 2006년 11월 20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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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周)나라 때 형사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뇌물을 제공한 일화를 새긴 청동 술그릇이 최근 중국 서부 산시(陝西) 성에서 출토돼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 언론은 9일 산시 성 푸펑(扶風) 현의 한 고대 청동기 저장고에서 100여점의 서주(西周)시대(기원전 11세기~기원전 771) 청동기와 함께 주기(酒器)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주기는 높이 31㎝, 입구 32.5㎝, 깊이 29㎝, 밑 부분 직경 14㎝로 안팎에 글이 새겨져 있다.

고고학자들이 이 주기에 새겨진 111자를 해독한 결과 서주 말기 법률을 위반한 한 노예 주인이 국가의 사법담당 관리인과 가족에게 "잘 봐 달라"며 뇌물을 준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물을 받은 주인공은 형인 주 무왕(武王)을 도와 상(商)나라를 멸망시키는데 공을 세운 뒤 관할 지역을 잘 다스려 백성들이 모두 화합하게 만들었다는 일화로 알려진 주 소공(召公)이다.

산시 성 문물국 류윈후이(劉雲輝) 부국장은 "명문의 내용은 서주의 귀족 주생(周生)이 법을 어겨 관아에 피소된 뒤 사법관리인 '소백호(召伯虎·소공)'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것으로 주생이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전문가는 "우국우민의 이미지로 각인된 소공이 뇌물을 받은 사실이 3000년 뒤에 폭로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시 성 문물고고연구소 우전펑(吳鎭烽) 연구원은 "주생과 소백호는 동일한 대가족으로 큰 집의 어른인 소백호의 모친에게 작은집 조카벌인 주생이 선물을 보낸 것은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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