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역사소설 대가 스스로 생명연장 장치 제거

  • 입력 2006년 8월 2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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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일본의 한 유명 원로작가가 생명연장 장치를 떼어내고 스스로 ‘존엄사’를 선택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일본 사회에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요시무라 아키라(吉村昭·사진) 씨는 지난달 30일 밤 생명 연장을 위해 몸 안으로 연결된 관들을 떼어내고 간병하던 딸에게 “나 이제 간다”고 말한 뒤 몇 시간 만에 숨을 거뒀다. 향년 79세.

가족들은 유언장에도 “목숨 연장을 위한 치료는 받지 않겠다”고 밝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응급 치료를 하지 않고 조용히 마지막을 맞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암 수술을 받은 요시무라 씨는 7월 들어 병세가 악화돼 다시 입원했으나 본인이 귀가를 원해 타계하기 일주일 전부터 집에서 요양했다.

동료 작가이자 부인인 쓰무라 세쓰코(津村節子·78) 씨는 24일 도쿄의 한 호텔에서 가족과 친지, 팬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고별식에서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한 것은 그이에게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사람으로서는 고통스러웠다”며 눈물을 흘렸다.

요시무라 씨는 수술 뒤에도 마지막 작품인 ‘사안(死顔)’의 퇴고를 계속해 왔다. 쓰무라 씨는 “신작 퇴고 때문에 투병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서재에 들어갈 때가 가장 행복해 보였다”고 회고했다.

‘전함 무사시(武藏)’ ‘간토(關東)대지진’ 등 많은 역사소설을 발표한 작가 요시무라 씨는 일본 내에서 기록문학의 대가로 유명하다. 쓰무라 씨도 유명 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수상했으며 일본여류문학가회 회장을 지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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