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두 컴퓨터회사 ‘인도 성장잠재력’ 엇갈린 분석

  • 입력 2006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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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미국 컴퓨터회사 IBM이 글로벌전략을 내놓았다. 발표 장소는 본사가 있는 미국 뉴욕이 아닌 인도 벵갈루루. IBM은 월가의 일류 애널리스트 50명을 이곳까지 데려갔다. 새뮤얼 팔미사노 최고경영자(CEO)는 이 자리에서 벵갈루루에 있는 IBM 글로벌비즈니스센터에 매년 2000만 달러씩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또 다른 미국 컴퓨터회사 애플은 벵갈루루에 대규모 기술지원센터를 설립하려던 계획을 조용히 백지화했다. 애플컴퓨터는 이 계획을 접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 유지해 온 30명의 기술 인력까지 모두 해고하기로 했다. 애플 관계자는 인도 사업 축소에 대해 “다른 곳에서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도의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업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2000년 이후 많은 기업이 중국에 필적할 만한 잠재력을 가진 국가라는 기대를 갖고 속속 인도로 진출했으나 최근 들어 ‘인도 거품론’이 떠오르고 있는 것.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인도는 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최근호(12일자) 특집기사에서 “인도의 급부상은 인도 정부의 일사불란한 홍보 캠페인에 의존한 측면이 크다”면서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을 입증한 중국과 달리 인도 경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성장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장애물로는 시장개방 의지 부족, 인프라 미비, 비탄력적 노동시장, 사회주의적 국민성 등이 꼽혔다. ‘인도 회의론’이 급부상하면서 지난달 말 뭄바이증시의 센섹스지수는 10% 급락했다.

애플컴퓨터는 노동경쟁력 하락을 인도 사업 축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2000∼2004년 애플컴퓨터를 비롯한 인도 진출 외국 기업의 임금 수준은 매년 30%씩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원인은 기술 이전의 한계. 인도는 정보기술(IT)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해 왔는데 외국 기업들이 점차 핵심기술 이전을 꺼리고 있는 것. MP3플레이어 아이팟 기술의 주요 부분을 인도 하이데라바드 연구소에서 개발했던 애플컴퓨터는 기술 유출을 우려해 쿠퍼티노 본사 연구소에 연구개발 능력을 집중시키기로 했다.

그 반면 IBM은 “임금 상승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인도 사업 확대 전략을 수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중국과 달리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가진 인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점이 외국 기업들에는 주요 매력 포인트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 최대 IT기업 인포시스의 난단 닐레카니 CEO는 “외국 기업의 인도 진출이 더뎌진 것만은 사실”이라며 “향후 5년간 경제개혁 속도에 따라 인도가 중국과 더불어 아시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느냐, 아니면 여기서 주저앉느냐가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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