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사자 이겨낸 ‘약속’…英식물인간, 딸 결혼식 전 ‘벌떡’

  • 입력 2006년 4월 28일 03시 01분


코멘트
의사로부터 소생하기 힘들다는 판정을 받은 혼수상태의 아버지가 기적적으로 깨어나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뒤 외손자의 출생을 보고서야 눈을 감은 ‘소설 같은 뉴스’가 영국 사회를 감동시키고 있다.

광원과 요리사 등의 직업을 가졌던 브라이언 파올로 씨는 폐암으로 폐 일부를 절제한 뒤 몇 년간 폐기종을 앓았다. 1년 전 의료진이 소생이 어렵다는 진단을 내리자 가족들은 눈물을 머금고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포기한 그 순간, 거짓말처럼 기적이 일어났다. 파올로 씨가 맏딸 앤마리 (41) 씨의 결혼식을 1주일 앞두고 의식을 되찾은 것.

그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것은 물론 피로연에서 ‘아빠와 함께 춤을’이라는 곡에 맞춰 딸과 춤을 추기도 했다.

파올로 씨의 결혼식 참석은 가족과 의료진뿐 아니라 하객 200여 명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앤마리 씨는 “피로연 때 춤을 추면서 아버지는 줄곧 ‘내 손을 꼭 잡아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파올로 씨는 그 후 1년간 더 삶의 촛불을 살려 갔다. 올 3월에는 외손자가 태어나는 기쁨도 맛봤다. 결국 그는 부활절인 16일 다시 상태가 악화돼 병원에 실려 갔고 18일 끝내 숨을 거뒀다. 향년 66세.

그는 생전에 의사의 사망 선고를 받고도 1년 넘게 생존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맏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아버지의 사랑’이 죽음까지 연기시켰다고 전했다.

앤마리 씨는 “아버지가 결혼식에 참석해 줘서 정말 자랑스러웠다”며 “지금 내 마음은 쓰라리지만 아버지가 보여 준 죽음을 이긴 사랑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울먹였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