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최대이슈는 경제문제

  • 입력 2006년 4월 20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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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사상 처음으로 백악관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에 앞서 오전 9시 반 백악관에서 예포 21발이 발사되는 가운데 군 의장대 사열 등 환영행사를 마쳤다. 정상회담은 2차례에 걸쳐 집무실(오벌 오피스)과 각료 회의실(캐비닛 룸)에서 열렸으며, 오찬 회동으로 이어졌다.

이번 회담은 사전조율 단계에서부터 의제선정, 방문의 격(格)을 놓고 양국간 큰 시각차를 드러냈다. 결국 중국은 '국빈방문'으로, 미국은 '방문'으로 제각각 발표하기로 어정쩡하게 합의했다.

예상대로 회의 최대이슈는 경제문제였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일방적 무역적자 해소, 중국당국이 개입으로 논란을 빚어온 위안(元)-달러 환율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또 중국의 미국산 영화 및 DVD 음반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 문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란과 북한 핵문제 해결에 중요한 열쇠를 쥔 중국에게 "중국이 강대국 위상에 걸 맞는 책임의식을 보여달라"며 영향력 행사를 주문했다.

후 주석은 부시 대통령의 환율제도 개선 및 무역역조 해소 요구를 우회적으로 일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 주석은 워싱턴으로 이동하기에 앞서 19일 첫 기착지인 시애틀에서 "중국은 안정적 외환제도를 원한다"면서도 "수용 가능하고, (미국의 힘에 밀리지 않고) 양국간 동등한 차원에서 위안화 안정을 추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의 주문대로 1달러=8위안 수준에서 묶어둔 환율을 급격히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중국은 정상회담에 맞춰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에서 중국 영화제를 개최하는 등 중국 알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영화 '와호장룡(臥虎藏龍)'에 출연해 인기를 얻은 영화배우 장쯔이(章子怡)는 "20일 정상회담 후 열리는 오찬장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기회가 되면 중국영화를 몇 편이나 봤는지 묻고 싶다"며 소감을 말했다.

한편 후 주석은 19일 낮 워싱턴 주와 시애틀 시 상공업계 단체가 공동 주최한 만찬 연설에서 당(唐)나라 시인 이백의 시구를 인용했다.

'바람을 타고 물결을 깨트리는 그 큰 뜻 때가 오리니, 높은 돛 바로 달고 창해를 건너리라.(長風破浪會有時, 直掛雲帆濟滄海)'

그는 연설에서 "이번 방문을 통해 미국과 상호신뢰를 증진하고 협력을 깊게 해 두 나라간 건설적 협력관계가 촉진되기를 희망한다"며 연설 말미에 이 시구를 인용했다.

후 주석이 인용한 부분은 '행로난(行路難)'이란 제하의 3수 가운데 첫 수의 마지막 구절. 인생의 갖가지 어려운 장애를 넘어 원대한 이상과 목적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할 때 흔히 인용된다.

따라서 중국이 무역불균형, 대만 문제, 북한 및 이란 핵문제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국과 이견과 마찰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후 주석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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