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中 ‘8榮8恥’는 우리가 새겨야

  • 입력 2006년 3월 10일 03시 11분


코멘트
중국에서 물건을 살 때 100위안을 부르면 으레 10∼30위안에서부터 흥정을 시작한다. 주인이 처음 부른 물건 값이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정용 전기는 전용 카드로 미리 구입한 분량을 다 쓰고 나면 끊어진다. 전기료를 내지 않고 도주하는 얌체족 때문에 전력회사가 고안해 낸 장치다.

생수를 배달해 마시면 물 값 외에 생수통값의 4, 5배나 되는 보증금을 함께 내야 한다. 생수통을 돌려주지 않은 채 이사를 가 버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불신이 깊어질 대로 깊어진 중국 사회의 한 단면이다.

한쪽엔 낡고 비좁은 판잣집이 수두룩하지만 다른 쪽엔 수영장과 골프 연습장까지 갖춘 수백 평짜리 호화주택도 있다. 으리으리한 빌딩 앞에선 땟국이 줄줄 흐르는 어린이들이 손님이 나오기가 무섭게 손을 내밀며 우르르 달려든다.

초고속 경제성장이라는 화려한 은막 뒤에 펼쳐지는 중국의 그늘진 모습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8대 사회주의 영욕관(榮辱觀)’이라며 ‘바룽바츠(八榮八恥·8가지 영광과 8가지 수치)’를 외친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다(본보 9일자 A18면 참조).

바룽바츠는 중국에만 필요한 걸까? 우리도 생활고 등으로 자살하는 사람이 하루 평균 32명이나 된다. 2003년 기준으로 인구의 6.5%는 소득이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절대빈곤층이다.

반면 지난해 재산을 1억 원 넘게 불린 국회의원이 10명 중 3명(30.9%)꼴이다. 그런데도 정치후원금은 보육원이나 양로원에 내는 후원금보다 ‘특별한’ 면세 혜택까지 누린다. 1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내면 1만 원을 붙여 11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 반면 10만 원을 보육원에 내면 과세기준만 겨우 10만 원 줄어들 뿐이다.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민간근로자(219만9000원)보다 46%나 많은 봉급을 받는 공무원(320만8000원)은 연금에서도 국민연금 수급자보다 40∼160% 많이 받는다.

모두 후 주석이 제기한 ‘바츠’에 해당하는 사례이다. 어쩌면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수치를 수치로 여기지 않는 데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먼저 ‘바룽바츠’를 외치면 어떨까?

하종대 국제부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