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 中종교장막 걷기 나섰나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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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은 중국에서 종교의 ‘죽(竹)의 장막(帳幕)’을 걷어낼 수 있을까?

로마교황청은 22일 홍콩의 천르쥔(陳日君·74) 주교를 추기경에 임명했다. 천 추기경은 중국 공산당 입장에서 보면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그러나 중국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내정 간섭’이라며 크게 반발하던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중국과 로마교황청이 이를 계기로 1951년 이후 단절된 외교관계를 복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공산화 이후 첫 대륙 국적 추기경=천 추기경이 첫 중국인 추기경은 아니다. 대만을 포함하면 6번째다.

홍콩엔 예전부터 추기경이 있었다. 2002년 선종한 후전중(胡振中) 추기경은 1988년 임명됐다. 홍콩이 영국의 식민지로 있을 때다.

1991년 중국 상하이의 궁핀메이(공品梅) 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됐지만 공산당의 탄압을 피해 1988년 미국으로 망명한 뒤였다.

따라서 천 추기경은 비록 홍콩 교구의 주교로 추기경에 임명됐지만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7월 이후 중국 국적의 첫 추기경이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중국 정부의 ‘눈엣가시’=천 추기경은 중국 정부의 종교탄압에 반발해 대륙의 지하종교 활동을 줄기차게 지원해온 인물이다. 그는 종교뿐 아니라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 중국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반대 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한국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숙소와 자금을 제공했다. 그는 한국 시위대를 강경하게 진압한 홍콩 경찰을 향해 “수치스럽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23일 “종교 인사가 정치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론만을 밝혔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91년 망명객인 미국 국적의 궁 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됐을 때 중국 정부는 ‘내정 간섭’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양측 관계 복원되나=중국의 이 같은 태도는 언뜻 보기엔 납득하기 어려워 보인다. 로마교황청이 중국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해온 성직자를 추기경으로 앉힌 것은 일종의 모욕으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양측은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지는 측면도 있다.

중국의 가톨릭 신자는 현재 1200만∼150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11억 가톨릭 신자의 1%를 약간 넘지만 미래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중국의 13억 인구는 세계 인구의 22%에 해당한다. 중국 가톨릭 신자의 성장률은 매년 10%를 웃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바티칸에 수교하려면 대만과의 외교관계를 끊으라고 요구했다. 이에 부정적이던 로마교황청은 최근 들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천 추기경은 그동안 줄기차게 중국과 로마교황청의 외교관계 복원을 주장해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윈-윈 게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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