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漢字전산화의 아버지’ 추모열기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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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名利)를 멀리하고 온몸을 나라에 바친(奉獻) 사람.”

한 과학자의 죽음에 많은 중국 인민이 슬픔에 잠겼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로 불리는 왕쉬안(王選·사진) 베이징(北京)대 교수.

그는 13일 지병을 앓다 타계했다. 향년 70세. 중국 언론은 그의 죽음을 주요 기사로 일제히 보도했다. 신랑(新浪)과 써우후(搜狐) 등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도 애도의 글이 봇물 터지듯 이어졌다.

중국과학원 및 중국공정원 원사(院士·최고 대우를 받는 학자)인 그는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하는 중국 최고의 과학자.

왕 교수가 과학자로서 명성을 얻은 것은 6년간의 고된 연구 끝에 1981년 레이저 한자 편집조판시스템 개발에 성공하면서부터.

세계의 학자들은 그의 시스템을 “한자 인쇄술의 제2차 발명”이라고 격찬했다. 중국은 당시만 해도 수만 자에 이르는 한자를 하나하나 찾아서 식자(植字)해 인쇄하는 활판인쇄를 하고 있었다. 이러다 보니 오자가 많고 조판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베이징의 중관춘(中關村)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왕 교수 덕분이다. 세계 최대의 대학 산하 IT 업체인 베이다팡정(北大方正)의 창립자인 그는 쓰퉁(四通)그룹의 창업자 돤융지(段永基) 회장과 함께 오늘의 중관춘을 이룩했다.

장쑤(江蘇) 성 우시(無錫) 출신인 그는 출세하면 대부분 공산당원이 되는 일반 지식인과 달리 끝까지 민주당파인 93학사(당명) 당원으로 활동했다. 그가 추앙받는 것은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풍모까지 지녔기 때문이다. 93학사 제11기 중앙위원회 부주석과 정협(政協) 부주석을 지냈다.

하종대 기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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