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저 왔어요" "주니어, 그래 잘 왔다"…워드 모자 상봉

  • 입력 2006년 2월 12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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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종식 기자
공종식 기자
"마마(엄마), 저 왔어요."

"주니어, 그래 잘 왔다."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이후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짬을 내지 못하던 하인스 워드가 11일(현지 시간) 오후 애틀랜타 인근 맥도너에 있는 '마마 집'을 찾았다.

워드가 고급 스포츠카인 벤틀리를 타고 나타나자 김 씨는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밖으로 나와 아들을 맞았다. 날씨가 쌀쌀했다. 김 씨는 평소 아들을 '주니어'라고 부른다.

아들이 어머니를 향해 특유의 '살인 미소'를 짓자 좀처럼 웃지 않는 어머니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번졌다. 그러다 어려웠던 지난 시절이 떠오른 탓인지 입을 꼭 다물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만감이 교차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몰려든 20여명의 취재진들이 "활짝 웃어보세요"라고 말했지만 어머니는 '웃는 표정'을 짓기가 영 쉽지 않은 눈치였다.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모자 단둘이 의지하며 살아온 30년 세월이었다. 거기에 혼혈이라는 이중의 멍에까지 지고 살아야 했던 모자의 '아메리칸 드림'이 이뤄졌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자랑스러운 아들은 포옹과 입맞춤으로 어머니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워드는 한국말로 인사를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안녕하세요'라고 말했다. 전날 취재진에게서 배운 한국말이었다. 지난해 추수감사절 이후 두 달 반 만에 어머니를 처음 만난 워드는 "부인과 아들은 왜 함께 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엄마와 오붓한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오늘 저녁에는 마마와 함께 짬뽕을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이 "어떤 선물을 준비했느냐"고 묻자 "우리 엄마 돈 좋아해요, 머니(돈) 많이 갖고 왔어요"라고 말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워드는 집 밖에서 진행된 인터뷰가 30분이 넘어서자 "엄마가 추워서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라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 씨는 최근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에 대해 "좋은 일이고 여러 사람들이 찾아와서 좋긴 하지만 너무 과잉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이 흑인이라고 언제 (우리를) 사람 취급이나 했느냐"며 섭섭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김 씨는 또 자식 교육 얘기가 나오자 "때려서라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워드는 전날 밤 애틀랜타 인근 스모나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렸을 때에는 한국 엄마를 가졌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마마의 핏줄을 원망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제는 내가 한인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4월로 예정된 한국 방문 얘기가 나오자 "30년 만에 처음으로 어머니의 고국을 직접 방문해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워드는 어머니 김 씨에 대해 "풋볼이 힘들어 그만 두고 싶을 때 어머니는 내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했다"면서 "엄마는 포기라는 것을 몰랐으며, 나 때문에 풋볼에 대해 관심을 가진 뒤 지금은 '코치'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먼저 나에게 겸손을 가르쳤다. 네가 대접받기를 원하는 만큼 남한테도 그만큼 하라고 했다. 또 무엇을 얻고 싶으면 스스로 구하라고 가르쳤다. 아무리 힘든 일도 어머니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애틀랜타=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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