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부시 도청조사 특검 구성을”

  • 입력 2006년 1월 1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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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영장 없는 국내 도청을 승인한 조지 W 부시(사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란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뉴욕타임스가 이 사건을 처음 폭로한 뒤 일부 인권단체가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15일 공화당 실력자인 앨런 스펙터 상원 법사위원장이 2월 청문회 개최를 앞두고 처음으로 탄핵을 언급했다. 또 앨 고어 전 부통령이 16일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해 논란을 가열시켰다.

▽탄핵 논란=고어 전 부통령은 16일 “NSA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내외 전화통화와 e메일 교신을 도청하는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법원에 영장을 요청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법과 공공정책을 위한 미 헌법학회와 자유연맹이 주최한 행사에서 연설을 통해 앨버토 곤잘러스 법무장관은 즉시 특별검사를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반복적이고 집요하게 법을 위반했다”면서 “법을 어기는 대통령은 우리 정부 구조 자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스펙터 위원장은 ABC TV에 출연해 부시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탄핵이 해결책”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그러나 현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어떤 근거가 있다고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테러 직후 의회가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무력 사용을 승인한 게 바로 ‘영장 없는 도청’의 법적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스펙터 위원장은 “행정부가 그런 논리를 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지금까지 네 번의 신문 전면광고를 통해 도청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16일 워싱턴 헌법학회 연설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영장 없는 도청 허용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특별검사 임명을 촉구했다. 워싱턴= AP 연합뉴스

▽탄핵 여론과 전망=여론조사기관인 조그비 인터내셔널이 9∼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의회가 탄핵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응답이 52 대 43으로 많았다.

의회는 탄핵권을 최악의 경우에 한해 사용해야 한다는 방침인 만큼 처음부터 탄핵을 목표로 청문회나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으로 전망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고 이라크전이 진행 중인 만큼 부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이 한창이던 1998년 중반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청문회 지지 여론이 36%에 불과했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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