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모랄레스 첫 인디오출신 대통령 유력

  • 입력 2005년 12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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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코앞에 둔 중남미에 반(反)자본주의와 반미를 표방하는 좌파 바람이 거세다. 18일 실시된 볼리비아 대선에서도 중간 개표 결과 좌파 사회주의 운동당 총재인 에보 모랄레스 후보가 과반수 가까이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볼리비아는 대통령선거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내년 1월 의회에서 당선자를 결정하지만 의회 선거에서도 모랄레스 후보 정당이 승리한 것으로 나타나 모랄레스 후보의 당선이 유력시된다. 당선되면 볼리비아 최초의 인디오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 될 전망.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인 모랄레스 후보는 코카인의 원료로 쓰이는 코카 재배 농민 출신. 코카 재배를 금지하는 미국의 정책에 반대해 코카 재배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민층 지지를 받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볼리비아를 포함해 페루, 멕시코,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에서 좌파 정치인들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페루에서는 내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오얀타 우말라 씨가 차베스 대통령과 유사한 행보를 취하면서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일약 2위로 떠올랐다.

미국과 국경이 닿아 있는 멕시코에서도 중도좌파인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가 내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남미에서 좌파 정치인들이 선전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이 국가들이 그동안 미국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주도하는 세계화, 시장 개방,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중국이나 인도와는 달리 빈곤 문제 해결에 진전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로 분류되는 볼리비아의 빈곤율은 64%. 1인당 국내총생산이 1만 달러에 가까운 멕시코도 빈곤율이 40%에 이른다. 정치권 부패도 아직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권좌에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좌파 정치인들이 아직 뚜렷한 빈곤 탈출 전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 중남미가 세계화라는 큰 흐름을 거부하고 좌편향으로 선회하면 1970년대의 수렁으로 빠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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