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충식]쑹화 강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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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쑹화(松花) 강은 백두산 천지(天池) 물을 포함해 창바이(長白)산맥에서 발원한다. 쑹화 강이 키운 지린(吉林) 시의 이름도 원래 ‘강변지역(지린우라)’이라는 만주어에서 나왔다. 쑹화 강물은 지린의 젖줄이자 축복이다. 중국은 겨울철 영하 40도의 추위가 빚는 쑹화강변의 상고대(무송·霧淞)를 자랑한다. 나무에 백설처럼 맺힌 찬란한 서리는, 구이린(桂林)의 산수(山水), 창장(長江) 강의 삼협(三峽), 윈난(雲南)의 석림(石林)과 함께 중국 4대 기관(奇觀)의 하나로 꼽힌다.

▷쑹화 강변의 대도시 하얼빈(哈爾濱)은 만주어로 ‘그물을 말리는 곳’이라는 뜻이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작고 쓸쓸한 어촌에 지나지 않았던 곳이다. 그러다 러시아가 청나라로부터 철도부설권을 얻어 레일을 깔면서 도시로 발전했다. 이어 러시아혁명과 더불어 쫓겨 온 왕당파가 머물기 시작하면서 대도시로 발돋움했다. 하얼빈의 겨울철 빙등제(氷燈祭)와 빙설제(氷雪祭)는 세계의 구경거리다.

▷쑹화 강물은 지린을 손꼽히는 공업단지로 만들었다. 1930년대 댐을 막고 펑만(豊滿)수력발전소를 건설한 것이 계기였다. 지린은 강물 덕에 중국 최대의 화학공업단지로 발전했지만 이번에는 강물 탓에 벤젠공장 폭발 같은 재난도 맞게 됐다. 100t의 벤젠이 강을 오염시켜 380km 떨어진 하얼빈의 식수난을 부르고 일부 학교의 폐쇄, 상가 철시 같은 대란을 불렀다. 강물은 다루기에 따라 ‘재앙의 젖줄’도 되는 것이다.

▷쑹화 강물은 동북쪽으로 흘러 러시아의 아무르 강과 합쳐져 하바로프스크에 이른다. 국경 너머 러시아의 이 도시는 이미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의 리자오싱 외교부장은 러시아대사를 불러 미안하다고 했다. 그러나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 강물이 얼어붙으면서 벤젠 오염사태는 장기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환경 재앙이 강줄기를 맞댄 러시아에 비상사태를 부르는 것을 보면서 새삼 생각하게 된다. 연평균 9%대의 고도성장을 자랑하는 ‘세계의 공장’ 중국을 이웃에 둔 우리의 대응은 어떤가. 중국의 환경오염은 남의 일이 아니다.

김충식 논설위원 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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