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海가 死海로]<下>'생명의바다'로 되살릴 길은

  • 입력 2005년 11월 1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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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져도 건져도 끝없는 쓰레기인천시가 해마다 늘어나는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올해 1월 건조한 시클린호가 인천 앞바다에서 폐어망 등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클린호는 지금까지 1000여 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사진 제공 인천시청
건져도 건져도 끝없는 쓰레기
인천시가 해마다 늘어나는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올해 1월 건조한 시클린호가 인천 앞바다에서 폐어망 등을 끌어올리고 있다. 시클린호는 지금까지 1000여 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 사진 제공 인천시청
지난달 31일 충남 태안군에서 서쪽으로 10km 떨어진 바다모래(해사·海沙) 보호구역인 ‘장안태’.

모래 채취선이 펌프로 30m 깊이의 바다 밑에서 모래를 퍼 올려 배에 싣고 있었다. 채취선 주변은 부유물질이 떠오르면서 온통 흙탕물로 변했다.

인하대 해양조사선 ‘인하21호’(26t급)는 채취선 해역에서 시료를 채취했다. 모래를 퍼 올릴 때 바다 밑에서 표층으로 떠오르는 오염물질이 인근 해역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서다.

박은미(25) 연구원은 “과도한 바다모래 채취는 해양오염, 수산자원 감소, 생태계 교란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하대, 서울대, 부산대 등 해양학과를 운영하는 대학은 1970년 초부터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연구 활동을 벌여 왔다.

▽한중 양국의 노력=한국 정부는 1991년에야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해양오염방지법을 전면 개정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1997년부터는 중국과 공동으로 매년 한 차례 ‘황해환경 공동조사’를 실시한다.

양국은 이 조사를 통해 황해의 중금속 성분과 영양염류, 유기물질 함유량을 분석한 자료를 공유하고 있다.

중국 국가환경보호총국은 1990년 초부터 황해와 보하이(渤海) 만의 해양환경 보호사업을 시작했다.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상하이(上海) 등 연안 도시의 해양환경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환경오염 연구 및 방지 업무를 외국기업에 맡기기도 한다.

하천 정화를 전문으로 하는 한국의 A사는 츠시(慈溪) 시로부터 하천 오염 제거시설 공사에 대한 용역을 받아 올해 3월부터 실태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지난달 24일 취재팀은 A사 직원들과 함께 상하이 시 남쪽의 츠시 시 하천을 둘러봤다.

▽구체적인 전략 부재가 문제=황해를 ‘생명의 바다’로 되살리기 위한 한중 양국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구체적인 전략은 미비하다.

중국이 육지와 연안에 대한 모니터링을 시작한 뒤에도 황해 환경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륙에서 발원하는 창장(長江), 황허(黃河), 쑹화(松花) 강의 하구의 수질은 60% 이상이 4급수 수준이어서 중국 기준으로도 공업용수로 사용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이 먼저 생활폐수 및 축산폐수 처리시설을 확충하고 기업이나 개인이 오염물질을 배출할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다로 유입된 오염물질을 제거하거나 정화하는 ‘사후 처리’에 치중하지만 이는 ‘사전 방지’보다 훨씬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설명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 일본 캐나다는 육상의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 데 주력한다.

황해를 끼고 있는 북한이 황해환경 공동 연구조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북한은 황해 북동쪽 전체 해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므로 오염방지, 연구활동, 대책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런던협약 발효에 서둘러 대비해야=정부는 내년에 런던협약이 발효될 경우를 대비해 폐기물처리기준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런던협약은 해양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의 하나로 1972년 체결됐다. 지난해 말 80개국이 가입했다.

1996년에는 해양오염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제방안을 담은 의정서를 채택했다. 준설물질 등 7개 허용품목만 별도의 기준치를 정해 해양투기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이다.

26개국이 가입하면 의정서가 30일 후 자동적으로 발효되는데 현재 21개국이 가입한 상태여서 내년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서는 하수를 처리하고 난 뒤에 생기는 하수 찌꺼기의 해양투기를 허용하되 엄격한 기준을 요구할 예정이다. 아직 규제 방안 등 세부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해양투기를 대신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국가는 혼란이 불가피하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은 이런 점을 감안해 폐기물을 친환경적인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데 관심을 가져 왔다. 예를 들어 영국 요크셔는 하수 찌꺼기의 절반을 농업용 퇴비로 활용하며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분뇨에서 메탄가스를 추출해 발전용 전기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하대 배재호(裵在鎬·환경토목공학부) 교수는 “음식물이나 하수 찌꺼기를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봐야 한다”며 “한중 양국 모두 환경정책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태안=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인하대 박용철 교수“해양투기 중단 전제로 대책 세워야”▼

“강과 바다는 결국 한곳에서 만납니다. 육지와 해양의 환경정책을 일원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인하대 해양과학기술연구소장 박용철(朴龍喆·해양학과·사진) 교수는 “황해는 평균 수심이 35m에 불과한 접시물과 같은 바다”라며 “황해 오염 대책은 해류의 흐름이 약해 오염물질 확산이 더디게 진행되는 황해의 특징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황해 중앙에 오염물질이 포함된 폐기물을 내다버리는 것은 환경정책의 큰 오류”라고 덧붙였다.

중국이 육지 폐기물을 본격적으로 바다에 버릴 경우 황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황해 폐기물투기장 인근의 한중잠정조치수역을 중국이 투기장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한중 양국이 사전에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그는 말했다.

박 교수는 “황해 오염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돌릴 경우 오히려 1988년부터 폐기물을 황해에 버린 한국에 환경개선부담금을 요구할 수 있다”며 “투기장을 폐쇄하기 위한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교수는 “오폐수가 바다에 흘러들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해양투기를 중단하면 자연스럽게 환경 관련 첨단기술이 개발될 것”이라며 “이 기술은 한국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화둥사범대 리다오지교수"中, 오염배출 기업에 부담금제 예정"▼

“황해를 살리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이 올해부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겁니다.”

상하이 화둥사범대 하구연안연구소 리다오지(46·李道季·사진) 교수는 “중국 정부가 연말까지 황해 연안도시의 생활 오수 처리율을 4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푸른 바다를 만들기 위한 비하이(碧海) 프로젝트가 시작돼 올해부터 상하이 앞바다에서 해양 환경실태 조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창장 강에 건설 중인 싼샤(三峽) 댐이 2009년 완공되면 황해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댐 주변 도시에 하수처리장과 쓰레기처리장을 설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죽음의 바다로 변한 황해를 살리기 위해선 주변 국가의 협력이 필요하므로 한국과 중국, 북한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인력과 재원과 기술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 교수는 한중 양국이 노력하면 황해 오염을 줄일 수 있다고 낙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이에 앞서 비료 사용을 억제하고 축산폐수와 산업폐수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염원을 일으키는 기업이 환경오염을 해소하기 위한 비용을 부담하는 ‘오염 배출자 부담원칙’이 중국에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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