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白-黑-黃 따로’…겉도는 톨레랑스

입력 2005-11-09 03:04수정 2009-10-0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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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을의 광풍은 유럽의 겨울로 가는 전주곡인가. 프랑스에서는 알제리전쟁 때를 연상시키는 ‘통금령 발효’ ‘비상사태 선포’ 얘기까지 나오고, 유럽 전역에서 중동의 이슬람교도 인티파다(봉기)가 옮겨온 유럽 인티파다의 가능성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각자 따로 살면 된다’는 식의 이민자 정책을 내건 영국 모델은 7·7 자살 폭탄에 날아갔고, ‘절대적 관용’의 네덜란드 모델도 테오 반 고흐 영화 감독의 피살로 막을 내렸다. 이제는 ‘포섭하고 동화한다’는 프랑스 모델마저 거리의 차량처럼 불타고 있다.》

프랑스 TV에 등장하는 정재계 인사는 한결같이 백인이다.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지 50년이 지났지만 주류 사회에 진출한 이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해 말 흑인 여성이 TV 뉴스 앵커로 처음 발탁됐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을 정도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부족한 노동력 때문에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유럽의 다른 나라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은 이민자를 ‘노동자’로 여겼을 뿐 ‘시민’으로 껴안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른 이민자들의 불만은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체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그때는 필요했지만=프랑스는 1950년대 초 알제리 튀니지 등 주로 북아프리카 국가에서 노동 인력을 데려왔다. 당시는 이들 국가가 프랑스의 식민지여서 이민은 국내에서 거주지를 옮기는 정도로 손쉬웠다.

1970년대에는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이 본국의 가족을 데려올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민자를 사회의 일원으로 껴안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이민자의 열악한 생활 조건은 달라지지 않아 이들은 여전히 ‘아웃사이더’로 남았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터키 출신이 대부분인 이민자들을 ‘방문 노동력’으로 간주했다. 돈을 벌어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갈 사람들이라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들이 귀국을 거부하고 2세의 시민권을 요구하면서 정책이 바뀔 수밖에 없었다. 독일은 최근 통합정책에 착수해 국내에서 태어난 2세들에게 국적을 부여했다.

영국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이민자들에게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적을 줬고 인종별 소수그룹의 정치 활동도 장려해 왔다. 하지만 지난번 런던 테러로 인해 이슬람계 불만 세력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제는 골칫거리=유럽 국가들이 겪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이민자들이 통합되지 않은 채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자들은 끼리끼리 모여 살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키워 왔다.

특히 이민 2세대가 문제다. 뉴욕타임스는 “프랑스 이민 1세대의 경우 직업을 얻으면서 나름대로 프랑스 사회에 편입됐지만 2세대는 또래의 프랑스 친구들을 보면서 상대적인 좌절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에 사는 터키계 이주민들의 생활도 전반적으로 열악하다. 여름이면 베를린 중심의 티어가르텐 공원을 가득 덮는 숯불 연기가 이들의 생활을 대변해 준다. 이들은 “연기도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는 좁은 집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이곳에 나오는 것”이라고 항변한다.

파리 시내도 마찬가지다. 아랍계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몽마르트르 언덕 근처 17, 18구에는 라마단 기간이면 이민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음식물의 유혹을 피하기 위해 집을 나오지만 일자리도 없고 마땅히 갈 곳도 없어 거리를 배회하는 것.

개방적인 사회로 유명한 네덜란드에선 지난해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 살해 사건 이후로 이들에 대한 시선이 더욱 싸늘해졌다. 정부가 최근 이슬람 여성의 부르카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갈등의 불씨가 살아나는 양상이다.

프랑스의 소요 사태가 유럽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에 대해 독일이나 벨기에 당국은 자국 내 이민자들의 생활수준은 프랑스 내 이민자들에 비해 높고 치안력도 강하다며 애써 그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각국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해 온 소수 인종을 둘러싼 분쟁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꺼번에 분출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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