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남아공대사관, 장시기 교수 주장에 이례적 반론

  • 입력 2005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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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관(대사 스테파너스 요하네스 스쿠만·사진)이 18일 동국대 장시기(張時基) 교수가 최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주한 외국공관이 한국 학자의 글을 직접 반박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남아공대사관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장 교수의 글 중 △아프리카인들은 남한보다 북한을 더 친근하게 생각한다 △1960년대 이후 아프리카 나라들의 독립에 가장 걸림돌 역할을 한 나라는 미국이다 △아프리카의 독재권력 집단과의 싸움은 미국과의 싸움이다 등의 표현은 “사실과 다른 잘못된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사관은 “경계해야 하는 것은 (장 교수의 글에서 언급된 남아공) 지도자들의 발언이 특정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잘못된 방향으로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평화적 노력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타보 음베키 대통령과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역할을 고려할 때, 그분들의 이름이 다른 국가의 명성을 훼손하는 일에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대사관은 또 “어떻게 남아공에 2개월간 체류한 학자가 현실이 왜곡된 내용으로 남아공인들과 아프리카인들의 입장을 대표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현재 남아공 케이프타운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사관의 이어빈 렌즈버그 정무 참사관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번 보도자료는 곧 남아공 정부의 입장이기도 하다”면서 “장 교수의 글과 한국 언론을 그동안 세심히 분석한 결과 왜곡된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상황에 대한 한국 학자의 글을 남아공 정부가 나서서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민감한 반응이 아니냐”는 질문에 “학자는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럼 외교관들은 벙어리여야 하느냐”면서 “아프리카는 북한을 더 친근하게 생각한다는 식의 표현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보도자료는 장 교수의 글로 인해 남아공이나 아프리카에 대한 한국인들의 오해를 막자는 차원에서 대사가 직접 결정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사관 측은 이날 오전 이 같은 내용의 영문 보도자료를 낸 뒤 이를 수시간 뒤 취소해 한때 혼선을 빚기도 했다.

대사관 측은 “부분적인 표기가 잘못됐을 뿐 정치적인 이유는 없었다”면서 이날 오후 한글 번역문을 대사관 홈페이지(www.southafrica-embassy.or.kr)에 다시 게재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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