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해상합동훈련]東海서 테러 “꿈도 꾸지마”

  • 입력 2005년 9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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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로 무장한 한국과 러시아 특공대원들이 세라보호를 모의 납치한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해양경찰청
총기로 무장한 한국과 러시아 특공대원들이 세라보호를 모의 납치한 테러범들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 제공 해양경찰청
“우리 어선을 납치한 테러범이 한국 해역으로 달아나고 있다. 지원 바란다.”

“특공대가 탄 경비함 1척을 즉시 출동시키겠다.”

22일 오전 10시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남쪽 110km 해역.

한국 해양경찰청 소속 3000t급 경비함인 태평양2호에서 특공대원 8명이 탄 고속 고무보트 2척이 내려왔다. 이 보트는 시속 60km로 러시아 선적 트롤어선인 세라보호(3000t급)에 접근했다.

이 어선 안에는 테러범 6명에게 납치된 인질 20명이 억류돼 있었다. 러시아 국경수비부의 1500t급 경비함 프리모리에호에서 내린 고무보트도 어선을 에워쌌다. 러시아 MI-8 정찰헬기 1대가 굉음을 내며 이 어선 상공을 선회했다.

테러범들이 특공대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며 기관총을 난사하자 진압 명령이 떨어졌다. 양국 특공대원들은 총을 쏘며 순식간에 어선으로 옮겨 타기 시작했다. 특공대원들은 이어 테러범을 완전히 제압하고 인질들을 구출한 뒤 무전을 보냈다.

“작전 완료. 인질도 모두 무사합니다.”

속초항에서 동북쪽으로 270km 떨어진 바다에서 해상경비를 하고 있던 태평양2호가 러시아의 지원요청을 받고 전 속력으로 출동한 지 5시간 만이었다.

한국 해경은 국제해상수색구조협약(SAR)에 가입한 지 10주년을 맞아 22일 러시아 국경수비부와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이 해역 인근에서 한국 화물선 파이오니아나야호와 발해 탐사 뗏목, 러시아 에니세이호가 표류하거나 침몰했다.

테러 위협에 대한 국가 간 공조체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훈련은 실전과 다름없이 진행됐다.

양국은 또 국제 여객선과 화물선의 침몰, 조난, 화재 등 재난사고에 대비한 수색구조훈련도 병행했다.

러시아 국경수비부 알렉산드 이반코프(48) 해양경비사령관은 “2003년부터 해상연합훈련을 통해 양국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 이상부(57·치안감) 수색구조훈련단장은 “내년에는 러시아 국경수비부와 부산에서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1995년 9월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인명을 구조하고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범세계적 수색구조 협력체인 SAR에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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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보스토크=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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