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공대가 탄 경비함 1척을 즉시 출동시키겠다.”
22일 오전 10시경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동남쪽 110km 해역.
한국 해양경찰청 소속 3000t급 경비함인 태평양2호에서 특공대원 8명이 탄 고속 고무보트 2척이 내려왔다. 이 보트는 시속 60km로 러시아 선적 트롤어선인 세라보호(3000t급)에 접근했다.
이 어선 안에는 테러범 6명에게 납치된 인질 20명이 억류돼 있었다. 러시아 국경수비부의 1500t급 경비함 프리모리에호에서 내린 고무보트도 어선을 에워쌌다. 러시아 MI-8 정찰헬기 1대가 굉음을 내며 이 어선 상공을 선회했다.
테러범들이 특공대를 향해 수류탄을 던지며 기관총을 난사하자 진압 명령이 떨어졌다. 양국 특공대원들은 총을 쏘며 순식간에 어선으로 옮겨 타기 시작했다. 특공대원들은 이어 테러범을 완전히 제압하고 인질들을 구출한 뒤 무전을 보냈다.
“작전 완료. 인질도 모두 무사합니다.”
속초항에서 동북쪽으로 270km 떨어진 바다에서 해상경비를 하고 있던 태평양2호가 러시아의 지원요청을 받고 전 속력으로 출동한 지 5시간 만이었다.
한국 해경은 국제해상수색구조협약(SAR)에 가입한 지 10주년을 맞아 22일 러시아 국경수비부와 함께 블라디보스토크 앞바다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올해 이 해역 인근에서 한국 화물선 파이오니아나야호와 발해 탐사 뗏목, 러시아 에니세이호가 표류하거나 침몰했다.
테러 위협에 대한 국가 간 공조체제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어 이번 훈련은 실전과 다름없이 진행됐다.
양국은 또 국제 여객선과 화물선의 침몰, 조난, 화재 등 재난사고에 대비한 수색구조훈련도 병행했다.
러시아 국경수비부 알렉산드 이반코프(48) 해양경비사령관은 “2003년부터 해상연합훈련을 통해 양국의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경찰청 이상부(57·치안감) 수색구조훈련단장은 “내년에는 러시아 국경수비부와 부산에서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 1995년 9월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인명을 구조하고 재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범세계적 수색구조 협력체인 SAR에 가입했다.
블라디보스토크=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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