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로요 “내각제로 개헌” 승부수

  • 입력 2005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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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진 위기에 놓인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사진) 필리핀 대통령이 내각제 개헌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아로요 대통령은 25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끊임없는 정치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내각제로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현재의 정치제도에 대한 근본적 변화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제안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의회가 개헌 문제를 다루기 위한 헌법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으나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퇴진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아로요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은 개헌관리를 명목으로 정권 연명을 꾀하는 한편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 등 내각제 선호세력의 지지를 얻어 야당의 퇴진요구를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로일로 골레스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그녀의 연설은 의원내각제 하에서 광범위한 권력을 갖게 될 의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고 AP는 전했다.

이에 앞서 필리핀 야당 의원 40여 명은 이날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제출했다. 탄핵안은 “아로요 대통령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표를 훔치고 사람들을 속였으며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야당의원들은 또 만약 하원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친(親)아로요 의원들이 탄핵안을 부결시키거나 폐기할 경우 ‘피플 파워’ 혁명이나 ‘정치적 소요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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