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잔의 스타벅스, 30년 쌓이면 5500만원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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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은 내일의 빚.”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이 가장 즐기는 기호식품의 하나가 된 스타벅스 커피가 대학생들의 미래 재정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이색적인 ‘커피 경제학’이 등장했다.

한 잔에 평균 3달러(약 3000원)인 스타벅스 커피를 하루 한 잔씩 주 5일 마실 경우 연간 700달러가 들어간다.

그러나 스타벅스 커피를 0.2달러(약 200원)의 일반 커피로 바꾸거나 집에서 커피를 끓여 마시면 이자(연 6%)까지 계산할 경우 5년 후면 3946달러, 10년 후면 9227달러, 30년 후면 무려 5만5341달러(약 5534만 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8일 소개했다.

이런 주장은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조달 현실을 생각하면 무리한 주장도 아니다. 미국 학부 재학생의 42%, 법대나 경영대 같은 특수대학원생의 78%가 은행 융자로 학자금을 조달한 뒤 졸업 후 갚아나가고 있다. 부담이 만만찮다.

시애틀대 법대 3년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 시험을 준비 중인 크리스텐 대니얼스 씨의 경우 3년간 학자금 11만5000달러(약 1억1500만 원)를 융자받았다.

스타벅스 커피 중독자인 그가 앞으로 10년 동안 갚아야 할 빚에는 융자금으로 사서 마신 수천 잔의 커피 값도 포함돼 있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미국 로스쿨 학생들의 평균부채는 8만 달러 정도. 대부분 은행 융자금으로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도 충당하고 있다.

재정설계사나 투자 전문가들은 몇 년 전부터 “고급 캔 커피를 매일 마시는 데 드는 돈이 사소해 보여도 장기간 쌓이면 미래의 재정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하지만 이런 말을 귀담아 듣는 학생은 별로 없다.

1992년 125개였던 스타벅스 커피점이 현재 세계적으로 9000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스타벅스 주가가 10년 동안 12배나 뛴 것은 커피 한 잔 값이 결코 적은 게 아님을 잘 보여 준다.

학생들을 상대로 절약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에리카 림 시애틀대 법대 취업 담당 과장은 “대학 졸업 후 갚아야 할 빚이 직장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빚이 많은 법대 졸업생들은 만족도가 높은 공익 변호사(Public defender)를 기피하고 만족도는 낮지만 보수가 많은 기업 변호사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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