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유럽헌법 부결 후폭풍 거세다

  • 입력 2005년 6월 1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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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유럽헌법 부결’로 프랑스는 물론이고 유럽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우선 1일 실시되는 네덜란드 국민 투표에서도 헌법이 부결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영국은 네덜란드에서도 헌법이 부결되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총리가 경질되고 내각이 재편되는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자크 시라크 대통령 본인도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시라크 대통령과 손잡고 유럽연합(EU)을 주도해온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고립될 위기에 처했다. 그 반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부담스러운 국민투표를 피할 수 있는 명분을 얻어 이번 부결 파문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거센 후폭풍=시라크 대통령은 31일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를 경질하고 후임에 최측근인 도미니크 드빌팽(51) 내무장관을 임명했다. 드빌팽 신임총리는 외무장관 시절 미국의 대(對) 이라크 전쟁을 강력히 비판해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드빌팽 총리는 곧 새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에서 유럽헌법이 통과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최근 몇 주간 여론조사에서 줄곧 반대 여론이 높게 나온 데다 프랑스의 부결 이후인 지난달 30일 실시된 조사에선 반대 의사가 59%에 이르렀다. 게다가 프랑스의 헌법 부결로 헌법 지지자들은 힘을 잃은 반면 반대론자들로선 홀가분하게 반대표를 던질 수 있게 됐다. 네덜란드만 반대파로 분류될 부담을 덜었기 때문이다.

한편 영국은 네덜란드에서 헌법이 부결되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국민투표를 취소할 것이라고 일간 텔레그래프가 31일 보도했다. 신문은 블레어 총리가 이 같은 방침을 정했으며 잭 스트로 외무장관이 6일 하원에 출석해 방침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희비 엇갈린 정상들=시라크 대통령은 40여년 정치 인생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의회 비준을 통해 손쉽게 헌법을 통과시킬 수 있었는데도 굳이 국민투표를 택하는 바람에 자충수를 둔 꼴이 돼버렸다. 국민투표로 헌법을 통과시킴으로써 낮은 인기도를 만회하고 그 여세를 몰아 2007년 대통령 선거에 나서려던 승부수가 실패로 돌아간 것.

최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의회 선거에서 참패해 타격을 입은 슈뢰더 총리는 EU내 강력한 파트너인 시라크 대통령이 궁지에 몰리는 바람에 안팎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시라크 대통령을 돕기 위해 여러 차례 프랑스를 방문해 지지연설을 한 그는 프랑스의 헌법 부결로 이미지에도 손상을 입었다.

이에 반해 블레어 총리는 어부지리를 챙겼다. 영국은 EU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유럽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칠 경우 부결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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