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117 스텔스15대 한국배치…압박용인가 훈련용인가

  • 입력 2005년 6월 1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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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주 F-117 스텔스 전폭기 15대를 한국에 배치한 것을 두고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압박정책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에 북한도 “전쟁을 예고하는 극히 위험한 신호”라고 주장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국 언론들의 반응=레이더망을 피해 적진 깊숙이 침투 가능한 스텔스기의 작전능력을 고려할 때 F-117의 배치는 북한 핵시설 등에 대한 ‘선제공격’ 가능성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안이다.

더욱이 6자회담이 중단된 지 1년이 다 돼 가면서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까지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 데다 미군이 9년 동안이나 북한에서 해 오던 유해 발굴사업을 돌연 중단한 시점과 묘하게 맞물리면서 외신들은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27일 F-117 전폭기 배치를 “미국이 북한에 크게 실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압박책의 일부”라고 풀이했고 뉴욕타임스도 지난달 29일 미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 군사력이 평양과 핵시설에 도달할 수 있음을 김정일(金正日)에게 분명히 알리기 위한 추가적 방안”이라고 보도했다.

▽대북 정밀공격용?=F-117 전폭기가 유사시 대북 정밀공격에 필요한 핵심 전력이라는 점에서 북한에 미치는 군사적, 심리적 효과는 적지 않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 수뇌부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등 높은 경계태세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F-117 전폭기 배치만으로 대북 정밀공격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과잉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다. 대북 공습작전을 실행하려면 수십 대의 B-1, B-2 폭격기를 포함해 수 개의 항공모함 전단까지 배치해야 하는 등 대규모의 준비태세가 전제돼야 한다.

나아가 한미 연합작전체계의 지휘계통상 대북 공습을 포함한 모든 무력제재 조치는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양국 관계자들은 강조하고 있다.

▽통상적 순환배치=또 이번 F-117 전폭기 15대의 배치는 최근 몇 년간 계속돼 온 훈련 차원의 배치일 뿐이라는 게 한미 국방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양측 국방부 관계자들은 “F-117 전폭기의 한국 배치는 한반도 지형과 작전계획 등을 숙지하기 위한 통상적인 훈련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번 F-117 전폭기 배치는 1993년과 1996년, 2003년, 2004년에 이은 다섯 번째로 지난해에는 7월부터 11월까지 군산에 배치됐다. 주한미군 감축에 따른 안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전력증강 계획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은 2003년 5월 주한미군 감축안을 발표하면서 110억 달러 상당의 전력증강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F-117 전폭기는 미 국방부의 감축 대상 기종이기도 하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에도 F-117 전폭기 10대를 줄이면 연간 150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의회에 감축안을 냈다. 그러나 이 감축안은 공군기지 폐쇄를 우려한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철희 기자 klimt@donga.com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 F-117 활약상

F-117 제원
제작사록히드
전장19.4m
전폭13.2m
전고3.9m
무게2만3625kg
최대 속도마하 0.82
승무원1명
전투행동반경공중급유로 무제한
엔진GE F404
무장레이저유도 폭탄과 인공위성 유도폭탄
대당 생산가격1억2200만 달러
자료:글로벌시큐리티

‘나이트 호크’로 불리는 F-117 스텔스 전폭기는 1991년 걸프전에 본격적으로 투입돼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당시 F-117 전폭기 44대는 1300여 회 출격해 이라크 군 통신지령센터 등 이라크 내 주요 목표물 1600여 개를 파괴했지만 단 1대도 격추되지 않았다. 특히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도록 설계돼 미군과 연합군 전투기 가운데 유일하게 바그다드 시내의 목표물에 접근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미 공군은 1978년 F-117 전폭기를 정식 발주했다. 1981년 시험비행에 성공한 F-117 전폭기는 1982년부터 실전 배치됐지만 그 존재는 극비사항으로 취급됐다. 1989년 파나마 침공 시 최초로 모습이 공개됐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동체 내부에 정밀폭탄을 장착하게끔 설계됐다.

1999년에는 F-117 전폭기 24대가 이탈리아 애비아노 기지와 독일 스팡달렘 기지에 배치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합동작전에 투입됐다. 1999년 3월 24일 F-117 전폭기는 유고슬라비아 공습의 선봉에 섰지만 무차별 방공포 사격에 걸려 1대가 격추되기도 했다.

2003년 이라크전쟁에서도 선제공격은 스텔스 전폭기인 F-117A의 몫이었다. 이라크전에 참가한 F-117 전폭기 12대는 100여 회 출격해 이라크 통신망과 레이더기지를 파괴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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