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지나가는 카스피해 송유관 개통

  • 입력 2005년 5월 27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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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긴 송유관 개통 기념식이 열렸다.

바쿠∼그루지야 트빌리시∼터키 제이한을 잇는 1770km의 송유관이 완성된 것. 이에 따라 세계 3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카스피해 유전의 원유를 지중해를 통해 서방으로 직접 수출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정작 송유관 개통의 최대 수혜국인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물론 이 지역의 맹주인 러시아까지도 이 송유관이 몰고 올 정치적 파장 때문에 크게 긴장하는 모습이다.

▽‘송유관 따라 민주화 열기도 전파될라’=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은 2003년 그루지야에서 시작된 민주화 혁명의 열기가 송유관을 통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앞으로 송유관이 지나가는 그루지야와의 관계가 교류 확대 등으로 밀접해질 수밖에 없고 그 틈에 ‘민주화 바이러스’가 국내로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송유관 건설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미국도 이 지역에 대한 개입을 확대할 전망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민주화 확산’ 의지가 송유관을 따라 흐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은 옛 소련에서도 유례없는 ‘부자 세습’ 체제.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은 2003년 아버지 게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권좌를 물려받았다. 그러나 야당의 반발이 심해 지난주에도 바쿠에서 알리예프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격렬한 시위가 일어났다. 11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혁명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의 철권통치가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풀 죽은 러시아=송유관 건설로 러시아는 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잃었다. 당초 러시아는 송유관이 러시아령인 체첸을 통과해 흑해로 가는 노선을 제시했으나 미국 주도의 송유관 건설 컨소시엄은 러시아의 참여를 허용하지 않았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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