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9·11 악몽’에 패닉…괴비행기 백악관 5km까지 접근

  • 입력 2005년 5월 1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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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경비행기 1대가 미국의 심장부를 약 30분 동안 ‘제2의 9·11테러 공포’로 몰아넣었다. 결국 소동으로 끝났지만, 테러 공포는 단발 엔진의 세스나 경비행기가 11일 오전 11시 28분 워싱턴 주변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나타나면서 시작됐다.

연방항공국 관제사들은 즉시 조종사와 교신을 시도했으나 주파수가 맞지 않아 불통. 11시 47분경 경비행기가 워싱턴의 비행통제구역으로 접근하기 시작하자 블랙호크 헬기와 제트기 한 대가 레이건 공항에서 긴급 출동했다.

11시 59분 황색경보가 발령됐고 경보수준은 4분 만에 오렌지색을 거쳐 적색으로 급상승했다. 딕 체니 부통령과 로라 부시 여사, 그리고 마침 로라 여사를 방문했던 낸시 레이건 여사가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백악관에 이어 의사당과 대법원에도 긴급 대피령이 내려져 수천 명이 대피하는 비상상황이 벌어졌다. 워싱턴 상공에 전투기가 출동하고 대피요원들이 “실제상황이다” “계속 뛰라”고 독려하자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건물 밖으로 몰려나갔다.

12시 6분 마침내 전투기 2대가 출동해 섬광탄을 발사한 뒤에야 경비행기 조종사는 비상상황임을 인식하고 지시에 따르기 시작했다.

경비행기는 백악관 5km까지 접근했고 격추 명령이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5분 뒤 백악관의 경보는 황색으로 내려갔다. 이어 12시 14분 ‘상황 종료’가 발표되자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전날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때 메릴랜드 주에 있는 야생생물센터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그는 상황이 완전 종료된 뒤인 12시 50분경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승용차 안에서 전말을 보고받았다.

세스나기에 타고 있던 2명은 민간항공클럽 회원인 조종사 짐 시퍼(69) 씨와 조종교습생 트로이 마틴(36) 씨. 이들은 메릴랜드 주 프레드릭 공항에 강제 착륙한 뒤 조사를 받았으나 단순 실수로 판명돼 풀려났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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