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복, 왜 작게만 만드나”…cm단위로 세분화 법안 상정

  • 입력 2005년 2월 24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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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성복 치수를 cm 단위로 세분화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이 아르헨티나 의회에 상정됐다.

아르헨티나 의류업체들이 국제기준에 비해 가냘픈 여성에게 맞는 옷만 집중 생산하는 바람에 여성들이 이런 옷을 입기 위해 지나치게 살을 빼다가 건강을 해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아르헨티나 의류업계는 의회가 옷의 치수까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어 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4일 아르헨티나 의회가 기업들로 하여금 여성의 모든 체형에 맞는 옷을 의무적으로 생산토록 하는 법안을 상정했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브랜드마다 옷의 치수가 다르고 국제기준에 비추어 작다며 cm 단위로 치수를 표시할 것을 주문했다.

법안을 상정한 의원들은 아르헨티나 여성들의 거식증(식사를 하지 않으려는 병) 환자 비율이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법안이 상정되자 맞는 치수를 찾지 못해 최신 유행의 옷을 입지 못했던 뚱뚱한 여성들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아르헨티나에서는 XL(엑스라지) 사이즈의 옷이 미국이나 유럽의 M(미디엄)이나 S(스몰) 사이즈에 해당할 만큼 작게 생산된다. 한 여성은 “옷을 사러 가면 모든 사람이 가냘프고 나만 뚱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의류업체들은 정부가 쓸데없는 데 참견을 한다고 비난했다. 옷의 사이즈는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하는 것이며, 큰 사이즈의 옷이 필요하다면 외국에서 수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뚱뚱한 체격에 맞는 옷을 만든 뒤 팔리지 않으면 재고부담에 대해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질문도 나왔다.

아르헨티나에선 2001년에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정부가 이번 법안과 비슷한 내용을 법제화하려 했으나 통과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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